천국의 문 =이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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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회 작성일 24-07-19 21:12본문
천국의 문
=이현승
노동에 대한 나의 관점은 천국에서는 뭘 하면서 지내느냐는 큰아이의 질문 때문에 확고해졌다. 제 고모에게 예수의 일생을 듣고는 큰딸이 물었다. 그런데요, 그래서 예수님은 하늘나라에서 뭘 하세요? 그러자 고모는 쉬시지, 천국은 고통이 없이 편안하고 즐거운 곳이야, 라고 말했다. 뭔가 흥미로운 것을 더 하고 싶은 아이와 무엇이든 그것으로부터 좀 쉬고 싶은 고모의 사이에서 예수님은 지금 한껏 행복한 표정으로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죄를 대신 진다는 것부터 계속 궁금했지만 당장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쉬고만 있는 천국이 벌써부터 지루해지려고 하는 참이었다. 보고 믿는 것이 아니라 믿으면 보이는 것이 천국이라지만, 예수님 이야기를 엿듣다가 뜻하지 않게 아이와 고모가 원하는 것을 깨닫게 되어버렸지만, 나는 천국에는 고통이 없다는 말씀보다 천국에는 아이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말씀에 더 수긍이 간다. 천국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일 것이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상상이 잘 안 된다. 사람을 죽이거나, 물건을 훔치는 일이 제일 즐거운 사람들이 있을텐데, 천국은 죽임을 당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과 물건을 도둑맞고 싶은 사람들을 나란히 맞춰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지옥으로 출근해서 천국으로 퇴근하는 사람들이 뒤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밤, 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건지 하늘 한쪽은 하현에서 그믐으로 갸웃하다.
문학동네시인선 160 이현승 시집 대답이고 부탁인 말 029p
얼띤感想文
예전 일이다. 공병호 선생의 강의를 듣고 일기를 썼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책을 냈다. 스스로 일하게 하라! 그때는 너 튜브가 대중적이지 않을 때였다. 백합은 성공학 강좌를 너무 많이 들어 지나친 결과로 빚은 까마귀의 똥처럼, 노동은 늘 삐딱하기만 했다. 천국의 문, 과연 천국은 있을까? 천국 같은 데는 없다. 내 마음이 있는 곳 그곳이야말로 천국이든 지옥이든 선택의 갈림길에 선 까마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천국은 왼쪽이다. 별들이 모여 있는 곳, 좌측 세계관 예수는 그중 하나라는 사실, 하기야 천국은 고통 없이 편안하고 즐거운 곳이기에 우리는 늘 그 속에 안주하려고 몸짓을 하나 보다. 그때 그 순간 먹었던 사실에 대해서 현실을 털어내고 기록하고 훗날 다시 볼 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라면(裸面)은 그 어떤 것도 치장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백합만 바라보겠지. 그렇다. 죄를 쓴 사람은 천국까지 가서도 한 문장씩 떼어다 온다는 것, 그것이 군불처럼 잠시 마음을 데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삭정이 같은 것을 누가 말했듯이 똥 막대기라는 것을 그러나 현실은 지옥이라서 그곳으로 출근하는 사람을 위해서 도둑은 잠시 천국으로 출근했다가 마! 이런 것이었다며 얘기하니까 그러니까 이미 철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2천5백여 년 전에 깨끗하게 정립되었다는 사실, 다만, 춘추필법春秋筆法에 따라 사기와 같은 일기가 오롯이 더 빛을 발할 것 같은 사관의 정신이야말로 내일을 불 밝히는 원동력이 아닐까 그냥 시를 읽으며 느낀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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