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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그라드의 집배원 =오병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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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회 작성일 24-07-20 21:19

본문

레닌그라드의 집배원

=오병량

 

 

    큰 어르신은 누구인가, 절대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말 것 고용주의 서류에 사인한 이래 가정은 화목한데 나를 레닌그라드의 선생이라 부르는 고용주의 자세는 모직 코트 왼쪽에서 꺼내주는 조간신문과 오른쪽에 있다고 믿어지는 권총 한 자루 어르신의 저택은 넓고 커다란 동상이 마당의 중앙에서 방문객에게 말하고 있다 어서 오시오, 고용주의 고객인 나의 어르신 집사가 두고 가시오, 라고 말하기 전까지 나는 골똘히 어르신을 떠올리고 어르신은 배달될 조국의 혁명을 기대하고 있는가 조용하군, 현관문이 닫히면 도어 벨이 크게 울릴 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정적이란 큰 어르신의 서재 문득 떠올리는 것은 고용주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 큰 어른이에요, 분명 조국에 없어서는 안 될 당신의 심부름은 정말 대단한 영광이고요 어때요? 혁명의 집배원, 아내의 치아는 수고비를 담은 봉투처럼 누렇다 새벽인데, 배달할 신문은 도착하지 않고 그럴 리가 없는데 누군가 나를 포박하여 의자에 앉힌 채로 묻는다 동지, 동지가 배달한 게 무엇인지? 신문이지요, 신문은 고용주의 것이고 배달은 어르신에게 돈은 아내의 것이고 계약을 준수하는 집배원은........얼굴을 덮은 천은 검고 그들 중 하나가 다시 묻는다 친애하는 배달원 동지, 조국을 위한 질문이오 내가 생각하던 어르신의 말투 도대체 고용주는 어디 가고 어르신만 남아 나를 심문하는 것일까, 누가 대체 이들 모두의 고용주의 말인가, 나는 지금 누구를 위한 신문이냐고 묻는 것이오 외투의 오른편엔 계약서 왼편엔 조국의 수첩 나는 친애하는 마음으로 가슴에 손을 얹어 대답한다 혁명입니다 어르신, 혁명은 모든 것을 배달합니다

 

 

   문학동네시인선 212 오병량 시집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 062-063p

 

 

   얼띤感想文

    눈알 핑핑 돈다. 구체가 돈다. 시는 꽤 복잡한 거 같아도 꽤 단순하다. 여기서 레닌그라드의 집배원은 시적 주체다. 시적 객체는 큰 어르신이다. 큰 어르신은 누구인가 하며 묻는다. 그렇지만,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래의 또 다른 시적 주체다. 그러면 고용주는 시를 읽고 있는 독자다. 서류에 사인했다는 말은 시를 받아들였다는 말, 읽기 시작한 동물적 자세다. 그러므로 가정은 화목하다. 문장은 편안히 눈을 뜬 셈이다. 그러나 고용주의 자세는 시 애용자이자 독자로 모직 코트 왼쪽에서 꺼내주는 조간신문과 오른쪽에 있다고 믿어지는 권총 한 자루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왼쪽은 좌측 세계관으로 죽음을 오른쪽은 삶을 대변한다. 그러면 조간신문은 시를 상징했다며 일단 가정한다. 오른쪽은 늘 움직임의 현세다. 읽고 죽음을 맛볼 수 있으니까 권총 한 자루가 든 셈이다. 어르신의 저택은 넓다. 마음을 비유한 것으로 저택만큼이나 무엇이 어떤 것이 불쑥 튀어나올지 모른다. 커다란 동상이 마당의 중앙에서 방문객에게 말하고 있다. 동상은 굳은 물체로 시를 대변하고 마당은 그 노는 물, 중앙에서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시 고객을 향하여 이를 방문객이라 한다. 고용주의 고객인 나의 어르신, 미래의 시적 주체라면 지금 현재의 시적 주체인 나, 레닌그라드의 집배원에게 무엇을 바랄까? 뻔한 일이다. 시를 상징한 조간신문이겠다. 그것은 조국의 혁명으로 대신에 하기도 하는데 조국은 집배원보다도 더 큰 개념이며 집배원을 포용하기까지 한다. 마치 시와 시집 더 나가 시문학으로 말이다. 레닌그라드가 최신판이면 옛 이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구태의연한 모습 그러니까 조금도 변하지 않은 시적 객체의 자세 그것은 큰 어르신의 서재라 일컫고 있다. 조국에 없어서는 안 될 당신의 심부름은 정말 대단한 영광이고요 어때요? 시류 계에 꼭 필요한 참고서와 같은 마음을 불러오는 어떤 작용으로 혁명의 집배원은 필요하고 아내의 치아는 수고비를 담은 봉투처럼 누렇기만 하다. 아내는 내 속, 치아는 나를 다스림 치아治我, 수고비 담은 봉투, 월세, 누렇다. 콩나물 대가리만 보인다. 황금처럼 애기똥풀처럼 말이다. 시 종결에 외투의 오른편엔 계약서 왼편엔 조국의 수첩 나는 친애하는 마음으로 가슴에 손을 얹어 대답한다. 오른쪽은 삶을 대변한다고 했다. 시집 출간이라고 하면 출판 계약서, 왼편은 죽음을 상징한다면 별들의 모임에 합류한 시점 혁명은 모든 것을 배달합니다. 문틈에 낀 비둘기 하나가 퍼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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