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몬트 유리병 =신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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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회 작성일 24-08-28 20:15본문
델몬트 유리병
=신용목
매미가 내 감정을 울음소리에 담아 갔다 감정을 돌려받기 위해 나는 창가에 앉아 기다렸다 매미가 울면 울음소리 속으로 손을 집어넣을 것이다 감정을 꺼낼 것이다 매미 몰래 매미를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울음이란 그래서 매미 대신 감정을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울음이란 그래서 창가에 앉아 기다린다 손을 집어넣기 위해 감정을 꺼내기 위해 매미 몰래 매미를 죽이기 위해 울음을 참으면 알게 된다 계절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손이었군 계절 속으로 쑥 집어넣는 손 공중을 휘젓는 손 멀리 나무가 펄럭인다 사람을 훔쳐 가는 것도 손이었군 내 속으로 쑥 들어온 손 온몸을 휘젓는 손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들면 보게 된다 손의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지는 비행기
병원 옥상에 올랐을 때였다 하얀 침대 시트가 아름답게 펄럭였고 비행기가 고요 속에 떠 있었다 나는 델몬트 유리병을 손에 들고 있었다 따서 흔들어서 따라 주려고 따서 흔들어서 따라주려면 잠시 울어야 했다 뜨거운 바람이 불고 조용히 앰뷸런스가 들어왔다 주차장을 보았고 소방대원을 보았고 그의 손을 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또 다른 손을 보았다 앰뷸런스에서 내린 소방대원이 잘린 손을 들고 구석구석 델몬트 유리병이 놓여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 갔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606 신용목 시집 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 115-116P
얼띤感想文
이 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시 앞부분에서는 매미가 등장하고 뒷부분은 매미가 없다. 그 대신 델몬트 유리병이 나타난다. 시는 모두 비유이기 때문에 시어마다 무엇을 상징하는지 그것부터 분간하여야겠다. 매미는 거울 속 非我라면 창은 한 세계관에서 다른 세계관으로 이행하는 통로겠다. 손은 我든 非我든 골목 어딘가 서린 남자며 비행기는 기체가 아닌 비행기飛行記 허겁지겁 적어 내려간 시초쯤으로 본다. 병원은 남녘 병丙과 근원 원源으로 지면을 옥상은 시 객체의 두부로 본다. 시는 독백이므로 두부는 我든 非我든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겠다. 하얀 침대 시트는 아무것도 적지 않은 종이를 상징한다면 델몬트 유리병은 밀감 가득한 자아의 마음이겠다. 앰뷸런스는 위급한 환자나 부상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실어 나르는 자동차지만 마음의 자율적 움직임과 같은 구체 회전력으로 본다. 주차장은 하얀 침대 시트가 조금 이행된 과정으로 본다. 소방대원은 불을 끄는 자로 열정적으로 대면한 我든 非我든 조력자며 건물은 하나씩 쌓아 올린 지면의 시 구조물로 본다.
매미가 어떤 동물적 근성이 묻어 있다면 델몬트 유리병은 식물 상태다. 동물적 근성은 죽었지만 무언가 착잡하게 가라앉은 상황으로 보인다. 물론 매미가 여름에 맴맴 울고 있는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본능적 일이므로 그것이 막연한 울음이었다면 델몬트 유리병은 그것을 모아 짠 착즙과도 같은 이미지를 자아낸다. 그것은 시어에서도 그렇지만 시의 문맥상 그렇게 와닿기도 해서 말이다. 델몬트는 밀감이 우선으로 닿지만, 그 외 토마토라든 다른 채소류를 갈아 만든 것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밀감 오렌지가 대다수라 그 이미지가 우선이겠다. 밀감은 귤이 아니라 밀감密感으로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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