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성 =백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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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회 작성일 24-09-11 22:25본문
정주성
=백 석
산山턱 원두막은 뷔였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성城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혼魂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산山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城門이
한울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정본 백석 시집 문학동네 17p
얼띤 드립 한 잔
정주성은 평안도에 위치한 정주읍에 있는 조선시대의 성곽이다. 석성으로 이루고 높이가 2에서 5미터에 이른다 한다. 시인 백석의 시어는 그야말로 우리 문학에 한 핵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시인 특유의 사투리만 보아도 구수하고 향토적인 데다가 문장 하나하나가 정감이 있다. 산턱 원두막은 뷔였나 불빛이 외롭다. 뷔였나는 비었나의 고어다. 시는 거의 독백임으로 시인의 마음을 본다. 산턱이라는 것에 어떤 부드럽지 못한 정감이 오르고 원두막이라는 것에 좀 쉬었다가 갈 수 있는 자리로 본다면 마음의 허전함에 불빛은 저리도 밝다. 헝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즈까리는 아주까리의 평북 방언이다. 아주까리는 한해살이풀이다. 아주까리기름은 피마자 열매로 짠 기름이다. 완화제나 관장제로 쓰기도 하며 피부나 머리에 바르기도 한다. 완화제緩和劑, 외부의 자극이나 이물(異物) 때문에 헐거나 다친 피부를 보호하고 건조한 피부에 탄력성을 증가시킨다. 관장제灌腸劑 항문에서 직장으로 집어넣는, 액체로 된 약으로 주로 배변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고 보면 시는 지금 읽어도 신선하게 닿는다. 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성터, 조을든의 기본형은 조을다, 졸다의 방언이다. 시 주체를 대변한다. 반딧불이 난다. 파란 혼들 같다. 반딧불처럼 번득이는 게 있고 파란 혼처럼 닿으니 정신이 든 게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지면에 안착한 장면이겠다. 그것처럼 마음은 놓이게 된다. 헐리다 남은 성문이 한울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문허진은 무너진의 고어며 한울은 하늘의 방언이다. 청배는 배의 일종으로 일찍 익으며 빛이 푸르고 물기가 많다. 여기서는 또 하나의 푸른 시 객체를 상징한다. 시 ‘정주성’처럼 내 마음 쉬이 누일 수 있는 곳 자리 하나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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