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위로 =서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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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 위로
=서효인
허벅지에 힘을 주는 것은
다리가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함이다
다리를 벌리지 않는 것은
위대한 현대인이기 때문이다 옆 사람을
배려하기 때문이다 현대는 옆을
돌아봐야 하는 세계이고 옆에는
얼굴이 있다 아는 얼굴인 것 같은데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폰에 박아두고
허벅지에 힘을 준다 다리를 꼬고 싶지만
참아본다 다리를 꼬지 않는 것은
허리가 틀어지는 걸 막기 위함이다
허리를 보호하는 것은 지속되는
섹스와 노동을 위해서이고 애석하게도
현대인은 둘 다 잘 못하고 화를 내고
화를 내지 않기 위해 허벅지에
힘을 준다 허벅지 위에는
복사된 쪽지가 놓여 있다
다리를 저는 남자가 옆에서부터
손바닥에 있던 땀이 전달되어 진작
흐물거리는 종이를 회수하며 천천히
다가온다 허벅지에 힘을 준다
쪽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허벅지에
그러나 나는 현대인이기 전에
한 남자
쪽지가 떨어지는 쪽을 택할 참이다
문학동네시인선 171 서효인 시집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038-039p
얼띤感想文
아무래도 시인은 지하철이나 버스 혹은 택시, 택시 같으면 여럿이 승차한 경우 옆 사람의 배려 속 쪽지에 메모하는 습관을 지녔을 것이다. 시는 한 시인의 습관까지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시 한 수 건질 수만 있다면야 어디든 쪽지를 들고 낚을 힘, 그걸 시력 혹은 시힘이라고 하면 어떨까 다소 내공이 쌓여야 이룰 수 있는 일이다.
여기서 허벅지는 지면을 상징한다. 허벅지에 힘을 주는 것은 무언가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허벅지끼리 부딪는 차 칸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리가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함이다. 다리는 둘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벌어진다는 것은 사이나 틈이 생기는 것을 말함으로 시에서 다소 멀어지는 감이 든다. 다리를 벌리지 않는 것은 위대한 현대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이나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지금 여기에 몰두하고 있는 이, 즉 현대인임을 강조한다. 위대라 해서 시 교감하는 측 위 북의 방향일 수 있으며 시를 먹는다고 하면 좀 그럴까 모르겠지만 위대는 위대다. 옆 사람을 배려한다. 옆이라는 개념은 좌와 우다. 좌가 별을 상징한다면 우는 현실을 상징한다. 현대는 옆을 돌아봐야 하는 세계다. 지금은 좌측 별의 세계관도 한 번 봐야 하고 우측 현실의 처지도 함 생각을 가져야 한다. 옆에는 그런 얼굴이 있다. 옆은 아는 얼굴인 것 같은데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폰에 박아둔다. 폰은 전화기가 아니라 소리를 은유한다. 다시 허벅지에 힘을 준다.
다리를 꼬지 않는 이유는 허리가 틀어지는 걸 막기 위함이다. 허리는 사물의 가운데 부분이다. 핵심이다. 핵심이 틀어지면 섹스가 안 될 뿐만 아니라 노동에도 큰 지장이 온다. 섹스는 시적 교감을 상징하며 노동은 시적 생산을 상징한다. 그러니까 다리를 꼬지 않는 이유는 더 가깝게 시에 접근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가 들어가 있는 셈이다. 애석하게도 현대인은 둘 다 잘못한다. 지금 생명력을 유지하며 들여다보는 이 현대인이다. 섹스 시적 인식에는 멀고 시적 생산 노동 또한 멀다. 그러므로 화를 낸다. 다시 화를 내지 않기 위해 허벅지에 힘을 준다. 지면에 몰입한다. 허벅지 위에는 복사된 쪽지가 놓여 있다. 어렴풋한 시, 즉 골목에서 끄집어낸 따끈따끈한 시초겠다. 다리를 저는 남자가 있다. 남자는 남측에 놓인 자로 글자를 상징한다. 다리를 전다는 말은 뭔가 이음새가 잘 맞지 않은 것을 은유한 셈이다. 손바닥에 있던 땀이 전달되어 진작 흐물거리는 종이를 회수하며 천천히 다가온다. 이는 시적 생산의 결과물 노동에 대한 자세한 진술과도 같다. 허벅지에 힘을 준다. 시가 놓여 있기에 힘이 들어간다. 쪽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허벅지에, 이는 골목에서 방금 끄집어낸 시초를 사장되지 않도록 집중한다. 그러나 나는 현대인이기 전에 한 남자다. 아까 시를 읽고 있든 사람 현대인, 한 남자다. 시측 대변인이다. 쪽지가 떨어지는 쪽을 택할 참이다. 택시다.
허벅지가 공책이었다면 공책이 될 수 있는 사물은 또 무엇이 있을까? 시인의 시로 사유하는 능력과 이를 풀어쓰는 글발에 엄지 하나 들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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