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알브트라움Albtraum =주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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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알브트라움Albtraum
=주하림
그때는 올가미에 걸린 고양이처럼 발버둥 쳤지 목덜미 털이 뽑혀나가고 눈알도 내장도 튀어나올 때쯤 이제 누가 좀 재워줬으면 찢어발겨 진 곰 인형의 삐져나온 솜뭉치 그 꿈속에서 당신 발을 만지며 흰 깃털이 휘날리는 꿈속에서 나는 오로지 발버둥 치지 않았지 꿈속의 침대는 잘 골랐구나 나를 죽일 올가미도 고양이도 내가 만든 고통의 무대, 피도 닦고 천장에 튄 내장도 닦아내고 이제 배우들아 보내줄 수 있을 때 가라 급료를 쥐고 정신없이 도망치는 배우들 자기 급료를 내놓고 깨진 조명을 올려다보며 울고 있는 스태프에게 그것을 간직하는 방식을 알려줄 때가 된 것 같다 올가미에 걸린 고양이는 죽지 않았어 하수구에 비가 철철 넘치는 밤, 무지개 나무로 달려가 천국에서 살도록 내버려 두었지*
*프랑시스 퐁주, 『테이블』, 허정아 옮김, 책세상 2015
문학동네 시인선 176 주하림 시집 여름 키코 064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사랑의 알브트라움Albtraum’, 알브트라움은 악몽이라는 뜻의 독일어다. 사랑의 악몽,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설적으로 닿는다. 마치 시련과 고통을 안겨다 주는 현실에서 이를 극복하여야 새로운 세상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악몽을 꾸고 있는 셈이다. 어떤 틀에 갇혀 매일 부딪는 칼날에 수없이 피를 보는 행위 그것만으로도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차라리 죽어버릴까 하는 심정으로 또 하루를 맞으며 현실을 대해 보지만, 시련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그래 이 시련이 줄지 않는 이유는 이 속에 빠져나올 수 있는 구멍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으니까, 효자노적지지정문孝子盧迪之之旌門처럼 갈지자 둘을 보고 웃고 마는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근검을 생활화하며 아직 못다 받은 칼날을 받기 위해 정신적으로도 무장하여야겠다. 현실은 내가 만든 고통의 무대라는 것을 인식하며 이 올가미와 같은 틀을 벗어나려 애써야겠다. 타임 루프와 같은 수 없는 죽음의 끝에서 무지개 나무로 달려가 천국을 잇는 삶을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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