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기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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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회 작성일 24-09-01 21:19본문
간절기
=김이듬
유리창을 닦는다
안에서 닦고 밖으로 나가서도 닦는다
유리창을 유리창이 없는 것처럼 닦아놓으면
새가 부딪혀 죽는다
사람의 얼굴이 깨지기도 한다
이목구비 안쪽을 닦는
수양이 중요하지
교양 높은 이들이 나에게 팁을 주었다
코뼈 부러지고 뺨이 찢어져봐도 이런 말 할까
커다란 창이 있는 호텔 라운지형 카페에서
나는 주말에만 아르바이트한다
바깥 사람들은 상스럽게 부채질하며 말다툼하고
안은 쾌적하지만 약간 춥다며 붙어 앉는 이들도 있다
내부 적정 온도에 어울리는 이들이 주요 고객이다
조금 싼 데가 생기면 옮길 거면서
오늘은 아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를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가진 양면성에 관해 생각한다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혼동하지 않을 때까지
여름과 여름 사이의 시간이 부서진다
잔상과 전조가 먼지처럼 혼합된다
문학동네시인선 204 김이듬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 020-021p
얼띤感想文
시제 간절기의 의미부터 파악한다. 간절기間節氣란 한 계절이 끝나고 다른 계절이 시작될 무렵의 그사이 기간이기도 하지만 간절하다는 어근 간절懇切, 간절기도 있을 것이다. 유리창은 마음을 상징하며 마음을 마음이 없는 것처럼 닦아놓으면 새가 부딪혀 죽고 사람의 얼굴은 깨진다. 그러니까 시는 그 속에 함축된 의미를 담아야 하며 그 기능까지 있어야 한다는 말이겠다. 새의 죽음은 한쪽 세계에서는 상실이자 멸이므로 그것은 곧 얼굴이 깨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목구비耳目口鼻는 면상이다. 물론 이와 목과 구와 비 따로 생각도 가져볼 만하다. 수양과 교양은 대치가 되지만 수양이 단련의 의미도 있지만 다른 자식을 맡아 제 자식처럼 기르는 뜻도 가진다. 교양이란 학문이나 지식, 품위 따위의 폭넓은 의식과는 달리 서로 사양한다는 뜻 그 교양交讓으로 들린다. 코뼈 부러지고 뺨이 찢어져 봐도 이런 말 할까, 면상이다.
호텔이란 시어, 부르짖을 호號 알린다는 텔과 조합형이다. 라운지는 시 주체와 객체의 만남의 장소를 상징한다. 주말이란 그루 주株나 기둥 주柱 그 끝에 말末에만 잠깐 아르바이트한다. 시는 객체에서 어떤 영감을 불러오는지는 사실 모르기 때문에 잠깐 인식의 통로쯤 가볍게 안내하는 것으로 보아 주말에만 아르바이트하는 것도 맞다. 안은 바닥 즉 지면을 상징한다. 춥다며 붙어 앉는 이들은 자다. 지금 문을 열어놓은 상태이므로 발발 떨고 있다. 내부 적정 온도에 어울린다는 말은 서로가 통했다는 것이며 조금 싼 데가 생기면 옮긴다. 그러니까 글이고 뭐고 시인도 격이 있다면 육두품은 가릴 것도 없다. 여기서 조금 떼어다 쓰고 저 술 한 잔 괜찮아하며 슬쩍 갖다 붙이는 일 그런 일 싼 데며 거기다가 줄줄 싸는 것도 싸는 일이다. 시를 쓰다 보면 이게 저쪽에서 묻은 건지 이쪽에서 묻은 건지를 떠나 소화가 안 되어 그런지도 모르고 너무 잘 되어 그런지도 모른다. 먹은 게 그대로 줄줄 흐르는 것도 있어서 말이다.
시의 양면성이다.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혼동하지 않을 때까지 투명透明이라 함은 꽤 뚫고 지나간 것, 명료한 것을 말한다. 없는 것은 사리 분별이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뭐가 뭔지 맹하다 이 말이다. 여름과 여름 사이의 시간이 부서진다. 하나는 시 주체의 여름이며 하나는 시 객체의 여름 그 공간에서 부딪는 상호 작용과 반작용의 거리인 셈이다. 그것을 잔상이라 하고 전조라 한다. 다 먼지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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