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가면 =박지웅
페이지 정보
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회 작성일 24-07-30 20:33본문
흰색 가면
=박지웅
어수룩한 개는 아무거나 주워먹었다
쥐약과 건넛산에 놓인 달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
달이 어렴풋이 뒤뜰에 지면 홀린 듯 달려갔다
키우던 개와 닭은 주로 화단에 묻혔다가
이듬해 유월 머리가 여럿 달린 수국이 되었다
둥그스름한 수국 머리를 쓰다듬으면
묶인 새끼들이 먼저 알아보고 낑낑댔다
한동안 흙과 물과 바람과 섞여
백수국은 낯가림 없이 옛집 마당을 지켰다
닭이 다 자라면 날개를 꺾어 안고 시장에 갔다
닭장수는 모가지를 젖혀 칼집만 스윽 냈다
닭이 던져진 고무통 속에서 둥둥 북소리가 났다
피가 다 빠진 뒤에야 잠잠해지는 짐승의 안쪽
잠자리에 들 때마다 머리가 핑 돌았다
핏발 선 꽃들, 힘세고 오래가던 어지럼들
닭 뼈다귀를 화단에 던져주면
수국은 혈육처럼 그러안고 밤새 핥는 것이었다
문학동네시인선 157 박지웅 시집 나비가면 012p
얼띤感想文
어수룩하다. 겉모습이나 언행이 치밀하지 못하고 순진하기까지 해서 어설픈 데가 있다는 말, 그렇다. 여기서 중요한 시어는 개와 닭 그리고 수국, 백수국이 주요 골자다. 개와 닭은 동물에 해당하고 수국은 식물이다. 무언가 보고 읽고 마음이 움직여 무언가를 한 행위에 대한 것은 동물, 개와 닭으로 비유했으며 여기서 좀 더 발전한 것은 식물로 옮겨놓는 일이다. 개와 닭은 어떻게 구분 지을까? 개가 마냥 짖는 일이라면 닭은 하늘 날 순 없지만, 새에 해당하고 새는 개와는 또 다른 분류가 된다. 개는 독이든 달이든 따질 것 없다. 마냥 먹었다. 혹여 달이 어렴풋이 뒤뜰에 졌다 하면 홀린 듯 달려가기도 한다. 무조건 뜯어먹어야겠다는 마음 그 일념 하나였던 게다. 이러한 것은 화단에 묻었는데 이듬해 수국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본다. 그것도 머리가 여러 달린 수국이다. 시는 다의적이라 것, 하나의 머리는 그림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둥그스름한 수국 머리를 쓰다듬으면 묶인 새끼들이 먼저 알아보고 낑낑댔다. 뜯고 짖은 거라면 개, 거기서 움직여 나온 새가 있다면 닭 닭들 이들과 관련한 자는 분명 묶인 새끼로 표현한다. 둥그스름하다는 말 이는 어느 정도 구체를 이루었다는 것과 같다. 한동안 흙과 물과 바람과 섞여 백수국은 옛집 마당을 지킨다. 수국 중 으뜸으로 일단 이해한다. 근데 갑자기 시가 전환된다. 닭이 나온다. 닭이 다 자라면 날개를 꺾어 안고 시장에 갔다. 시초가 언뜻 떠오르고 시장은 문단을 낀 그 부류임을 알 수가 있다. 닭장수는 그러면 비평가를 상징한 듯 보이고 칼집은 역시 평을 이루었을 것이다. 닭이 던져진 고무통 속에서 둥둥 북소리가 났다. 고무라는 시어, 고무鼓舞 힘을 내도록 격려나 북돋는 일 그러나 여기서는 비좁은 어떤 공간적 의미를 담고 있다. 북소리에서 북이 가죽으로 만들었다면 닭과 피 빠진 고통과 거기서 나오는 일념의 비명은 익히 알 듯하다만, 피가 다 빠진 뒤에야 잠잠한 짐승의 안쪽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일은 엄청난 것이므로 머리가 핑 돌만도 하다. 핏발 선 꽃들 물론 수국 그 범주에 들지는 않지만, 모가진 젖힌 닭과 관련한 관련자임은 틀림이 없고 힘세고 오래가던 것 에너자이저 약발이다. 그 약발로 인한 그러니까 쥐약과는 엄연히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추려 추려서 울어낸 그 국물 같은 닭 뼈다귀 화단에다가 던진다. 수국은 혈육처럼 그러안고 밤새 핥는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