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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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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곡우 =박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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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회 작성일 24-08-06 20:58

본문

곡우

=박신규

 

 

쏟은 꽃잎을 담을 수가 없었다

 

라면 두 박스를 쌓아놓고

자취방에 숨어 잠만 잤다

 

가랑비 그치는가, 서툴게

때를 놓친 꽃들이 서둘러 갔다

 

먼 데까지 실비가 내린다

 

 

   창비시선 박신규 시집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 98p

 

 

   얼띤感想文

    곡우穀雨, 이십사절기 여섯째, 봄비가 내려 온갖 곡식이 기름지게 한다는 양력 420일 경이다. 쏟은 꽃잎을 담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쏟은 꽃잎은 시 객체다. 시 주체에 어떤 영향으로 닿았는지는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이는 분명 큰 영향으로 와 닿았을 것이다. 라면 두 박스를 쌓아놓고, 라면은 라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라면裸面이나 라면羅面으로도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라는 발가벗는 낯짝이거나 라펼쳐놓은 낯짝이다. 그게 두 박스니까, 이쪽 것 하나 저쪽 것 하나 양쪽을 다 들여다보는 작용을 한다. 자취방에 숨어 잠만 잤다. 자취방自炊房은 스스로 불 땔 수 있는 방이므로 시 객체가 없다면 여기서 혼자 땔 일이지만 시 객체가 주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양쪽에 머무는 것조차 모두 자취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기거하고 저기서도 기거한다. 가랑비 그치는가, 서툴게 이슬비보다는 좀 굵지만, 가랑비는 곡우만치는 안 된다. 그러니까 미숙한 게 어떠하다. 어떠할 것 같은 작품으로 다가와 있다. 때를 놓친 꽃들이 서둘러 갔다. 꽃잎만 쏟아놓고 그 꽃잎의 주인은 그냥 간 것이다. 라면, 펼쳐놓은 것이거나 홀딱 벗은 것이거나 제대로 수습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먼 데까지 실비가 내린다. 그러느니 하며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實比, 實非가 내린다. 곡우에 견줄만한 것이 눈에 자꾸 띈다. 혹은 곡우에 미치지 않는 그릇된 것들로 판을 버리고 있는 걸 시인은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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