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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에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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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1회 작성일 24-08-10 20:14

본문

새해 첫날에

=김정수

 

 

새벽에 출근하던 아내가

사진 한 장 찍어 문자를 보내왔다

예쁘지? 저렇게 달 가까이 빛나는 별 첨 봐

환한 그믐달과 샛별이

날이 밝아오는 줄도 모르고

서로를 씻겨 주고 있다

우리는 언제 서로의 등을 밀어주었더라?

처음 같이 목욕하던 때처럼

쑥스럽게 부끄럽게 마중하다가

개밥바라기와 비너스를 생각하다가

오늘도 갈 곳 없는 날 자책하다가

고마워! 추운데 잘 다녀오라는 답장도 못 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베란다에서 달달 벌벌 떨고 있다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날카롭게 차오르는 말과 상처 잘 여미는 일

젊은 날의 약속 희미해지는 순간까지

그냥 사는 일 남들보다 일찍 늙은 직장

진작 스러져 아득하고 아뜩해도

새해 아침 하늘욕조에선

신혼 첫날밤에 어둠이 빛나고 있다

 

 

   시작시인선 0326 김정수 시집 홀연, 선잠 52p

 

 

   얼띤感想文

    세종은 만 53세를 사시고 타계하셨다. 세종의 업적을 운운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에 대한 성찰이다. 올해 꼭 그 나이, 예전 같으면 살아 있기조차 행운일 듯한 나이, 이제는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을 것 같은 시점에서 뒤돌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내겠다. 이 시를 읽고 있으니 아내가 떠오른다.

    그러나 시는 아내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물론 아내로 인한 글쓰기가 이루어질 수는 있으나 내용은 속 안면을 다룬다. 새벽은 새로운 벽에 내 속을 드러내는 일로 새벽에 출근하던 아내다. 사진 한 장 찍는 거 역시 내면의 성찰이다. 예쁘지? 저렇게 달 가까이 빛나는 별 첨 봐. 自問自答이고, 환한 그믐달과 샛별 그렇다. 하나의 지는 달이 있다면 하나의 떠오른 별이 있다. 읽고 쓰는 일이 직업이라면 시 끝부분 직장이란 말도 다루었지만, 물론 직장의 개념도 직역과는 다르다는 것, 날이 밝아오는 줄도 모르고 서로를 씻겨 주고 있다. 시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은 절로 닦인다. 어떤 때는 눈물이 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감동이 일고 어떤 때는 몸서리치며 공포와 두려움과 전율을 느낀 적도 있다. 꼭 어느 시인의 시라고 얘기도 들을 수 있지만, 이 장은 생략한다. 우리는 언제 서로의 등을 밀어주었더라? 배가 잉태와 산아의 개념이 있다면 등은 서로를 밝혀 주는 빛처럼 오고 개밥 바라기와 비너스는 같은 샛별이라도 부르기 나름이다가 오는 어감마저 상반된다. 이불에 대한 개념은 전에도 쓴 것 같고 젊음 날의 약속 희미해지는 순간, 그래 맞아 죽음으로 가는 시간 인식과 깨달음이 있다면 인생처럼 찰나가 아닐까? 무언가 느끼고 있을 때는 나의 죽음도 머지않았다는 진실이다. 새해 아침, 하늘 욕조에선 신혼 첫날밤처럼 어둠으로 빛나야 할 일 그러나, 여태 산 것 보면 아득하겠다. 그만큼 모자라고 부족했음을 말이다.

    직업상 출판업 하시는 분이다. 그는 시라고 하면 학을 뗀다. ‘말라고 흔적을 남겨, 참 이상하네 뭐가 그리 미련이 남아서그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자살했다. 작년이었다. 가장 친한 분이었고 매일 함께 일을 도모했던 분이라 마음의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살면서 진정 갖고 싶은 건 기술이지만, 그 기술 하나 닦는 것 보통 일 아니다. 커피만 먹고 살 것 같지만 살아봐라! 어디 일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그러고 싶다. 아날로그가 그 때를 벗는 것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인간형 참 어렵다. 다방면으로 잘하고 싶었지만, 가까이 보는 이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하는 생각.

    그러나 아직 얼마 남지 않았다고 자꾸 되뇌지 말자. 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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