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 /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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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66회 작성일 17-10-04 06:24본문
잔설 / 강인한
유성 가는 길
번쩍이는 칼날
검은 들판에 비닐하우스들
눈을 찌르는 은빛
시루떡 위에 뿌려진 팥고물처럼
저기 녹지 않은 눈 사이
응달에서 먹다 남은
흙의 맨살들
그 위에 부러진 뼛조각들
흙 속에 뼈다귀를 파묻는 개
모란시장
철망 속에 갇힌 한 무리
녹슨 눈빛들
도마 위 시뻘건 생고기 한 덩이
유성 가는 길
겨울 들판에 놓여져
번쩍이는 은빛
언제나 배후에 숨어 있는
칼날
# 감상
강인한 시인은 시각적 현상을 인식론적 의미로 바꾸는데 일가견이
있는것 같다
칼날, 은빛, 시루떡 위의 팥고물, 뼛조각등 이처럼 시각적 측면을 다
양한 방식으로 강조 하는 것은 잔설이 단지 자연현상만을 드러내는
기표로만 인식되지 않는다
잔설에서 칼날로, 칼날에서 다시 모란시장 개시장의 시뻘건 생고기
자르는 도마 위의 칼날로 인간의 잔인함으로 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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