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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을 믿는다 /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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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73회 작성일 17-12-17 05:31

본문

나는 달을 믿는다 / 박형준

(제13회 유심 작품상 수상작)

 

달에 골목을 낼 수 있다면 이렇게 하리,

서로 어깨를 비벼야만 통과할 수 있는 골목

그런 골목이 산동네를 이루고

높지만 낮은 집들이 흐린 삼십 촉 백열전구가 켜진

창을 가지고 있는 달

나는 골목의 계단을 올라가며

집집마다 흘러나오는 불빛을 보며 울리라,

판잣집을 시루떡처럼 쌓아올린 골목의 이집 저집마다

그렇게 흘러나오는 불빛 모아

나는 주머니에 추억 같은 시를 넣고 다니리,

저녁이 이슥해지면 달의 골목 어느 집으로 들어가

창턱에 떠오르는 지구를 내려다보며

한 권의 시집을 지구에 떨어뜨리리라,

달에는 아직 살 만한 사람들이 산다고

나를 냉대 했던 지구에

또 다시 밝아오는 아침을 바라보며 오늘도 안녕

그렇게 안부 인사를 하리라,

당신이 달을 올려다보며 눈물을 지을 때

혹은 꿈꾸거나 기쁠 때

달에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분화구들이 생겨나고

우리가 올려다 본 달 속에 얼마나 많은 거짓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슬픔이 있는지

그 거짓과 슬픔 속에서 속고 속이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던 것인지

나는 달의 분화구마다 골목을 내고 허름한 곳에서 가장 높은

판잣집의 저녁 창마다 떠오르는 삼십 촉 흐린 불빛으로

지구를 내려다 보며 울리,

명절날,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고향집 툇마루에서

저 식지 않을 투명한 불빛을 머금고

하늘 기슭에 떠오른 창문을 바라본다

그렇게 달의 먼지 낀 창문을 열면

환한 호숫가에 모여 있는 시루떡 같은 웃음소리가 들여오리

 

# 감상

   올려다보는 달의 정서에서 달에서 내려다보는 정서로도 자리바꿈 하면서

   상투적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달에 대한 옛 정취를 언뜻언뜻 느낄 수 있다

   창틀이 있으니 달빛이 있고 달빛이 있으니 시가 있고 시가 있으니 낭만이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 달동네의 아득한 애환이 그리움으로 다가오는데,

   아주 먼 옛날의 달빛어린 내 고향마을이 어렴풋 떠오른다

 

   물에 잠긴 내 고향 앞산에는

   언제나 하얀달 떠오르고

   한가위 되면 그 달도 둥근달 되었지

   앞산에 뜬 둥근달 달빛 뿌리면

   쏟아지는 달빛 속에

   부르는 아이들 노랫소리

   동구 밖 느티나무 서낭당까지

   끊어질듯 울려 퍼지고

   구름 한 조각 달 위로 스쳐 가면

   구름이 흐르는 걸까

   달이 흘러가는 걸까

   찬연한 달빛 아래 밤은 깊어가고

   멀리서 개 짖는 낭랑한 소리

   긴 여운 남기며 온 마을 메아리치면

   둥실 떠오른 둥근달 바라보며

   어제께 시집온 새 색시 친정식구 그리워

   뒤뜰 가서 남몰래 눈물 흘렸지

 

                       - 졸작 <달빛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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