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2 / 권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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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12회 작성일 18-07-01 10:05본문
연금술사 2 / 권대웅
불을 삼킨 바람이 흙을 달구고 있다
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차거운 혀가 닿을 때마다
흙으로 덮인 두꺼운 눈꺼풀이 열리고 있다
석 달 열흘 불꽃과 얼음 속을 오가며
피어나는 꽃이여
구름 속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린다
뜨거운 불의 비가 내린다
온 몸이 달아오른 나무들이
비에 타들어가며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초록 울음소리를 뱉는다
불 속에서 태어난 울음은 기억을 지운다
까맣게 타버린 저 편은 손을 놓치듯 떠나고
첫 눈물의 불씨가 되어 숨을 띄운다
풍로가 타오르듯 더운 바람이 불고
세상은 다시 시작되고 달구어진다
불을 갖고 있는 그대여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뜨겁고 아름다운 불길을 가진 그대여
그 불로 사랑을 하고 미더운 마음을 만들고
영혼의 눈동자를 켜는 것이다
지금 살아있는 것들은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 권대웅 : 1962년 서울 출생,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당나귀의 꿈> 등
# 감상
우리가 살고 있는 대지가 연금술사의 마술에 걸려 불타고 있다
석수장이 망치질 소리 들려오는 구름 속에서 뜨거운 불의 비가
내린다
뜨거운 비는 푸르게 내리고 온 몸이 달아오른 나무들이 초록 울
음을 뱉는다
그렇게 내리는 그불로 사랑하고 미더운 마음을 만들고 영혼의 눈
동자를 켠다
하찮은 서사를 아름다운 정렬의 서정으로 엮는 화자의 마술에
프로메데우스도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 가슴을 뜯기면서도 껄껄
웃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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