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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문醜聞 / 김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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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7회 작성일 18-09-2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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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문醜聞 / 김은상

 

 

 

 

     이를테면 구석은 나비를 품고 있다

     벽은 벽으로 흘러가기 위해 제 몸을 꺾어 스스로 구석이 된다

     구석에서 꽃처럼 앉아 울어본 사람은 안다

     희망이나 행복, 사랑 같은 말들이 얼마나 연약하게 화들짝 지는지를

     나에게도 애인이 있었고 다정한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리라는 다짐이 있었지만, 삶은 언제나 맹세와 무관하게 사라졌다 하여 구석은

     글썽이는 비밀들의 성소聖所이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은 모두 구석으로 모여들었다

     벽을 치며 가난에 찌든 부모를 원망하거나 빚을 재촉하는 채권자를 저주하기도 했지만 비밀이 추문이 되는 순간 구석은 더욱 단단해졌다 가령, 친구의 남편과 야반도주한 여자의 이야기 같은,

     어떠한 소문이 사실과 일치한다 해도 열매가 달콤하다 거나 혹은 떫다고 말하는 세간의 비평은 한 세계의 구석을 맛본 것이 아니기에 용서가 가능하다

     자신의 비루함을 견디기 위해 자신의 내부를 향해서만 날카로워지는 구석들

     어머니의 주름, 나무의 주름, 물의 주름처럼,

     깊은 것들은 그 속을 알 수 없다

     구석에서 울다가 잠든 새벽 한쪽 날개를 다친 나비가 기우뚱거리며 날아가는 공중을 본다

     너에게로 날아가도 닿을 수 없는 저기에 저, 서러운 구석들

     용서라는 말을 요구하지 않는 구석에 쥐가 구멍을 뚫는다 구멍이 꽃을 피운다

     어쩌면 나는,

     나를 닮은 너의 환한 구석이다

 

 

 

鵲巢感想文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추잡醜雜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구석의 상황과 형태와 그 본질을 모르고 구멍을 뚫는 일은 말이다. 구멍을 뚫고 바라본 그 세계는 단지 환하다. 순간에 닿는 그 빛에 그 내면을 파악하기란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벽과 같아서 벽처럼 벽으로 흘러가 닿는 곳 제 몸 스스로가 구석이 된다. 우리는 그 구석에서 희망과 장래를 생각하며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이렇게 피운 꽃은 또 만인의 구멍이자 나비를 품고 구석이 된다.

     어쩌면 이건 성소聖所.

     구석에서 꽃처럼 앉아 울어본 사람은 안다.

     삶의 고통, 말할 수 없는 것들 다시 말하면 부모를 원망하거나 빚을 재촉하는 채권자를 저주한다거나 친구의 남편과 야반도주한 여자의 이야기 같은 믿기지 않은 일처럼 우리의 현실은 구석으로 몰고 이러한 삶의 비루함을 견디고 내부를 다지고 더 날카로워져야겠다며 맹세한다. 이러한 비밀이 추문이 되는 순간 구석은 더욱 단단해져 간다.

     온갖 고통을 이겨내며 살았던 우리의 어머니, 어머니와 같은 주름 온갖 풍파를 이겨내며 거저 하늘만 바라보고 선 나무, 나무와 같은 주름 그 어떤 위압과 순리를 거역한 일 없이 오로지 낮게 더 낮게 더욱 밑바닥을 갈구하며 흐른 저 물, 물과 같은 주름의 세계는 어찌 한낱 인간이 알 수 있으랴만, 구석은 우리를 보듬고 한쪽 날개를 다친 나비로 기우뚱거리다가 날아가는 희망을 품는다. 공중을 본다. 다시 서러운 구석을 본다. 용서다.

     누가 또 저 구석에 구멍을 뚫고 있다.

     어쩌면 내가 쓴 이 글에 나를 닮은 어떤 구석이 환하게 웃겠다.

 

     上善若水상선약수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부쟁 處衆之所惡처중지소오 故幾於道고기어도, 도덕경 8장에 나오는 말이다.

     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 다투지 않는다. 모두가 싫어하는 곳에 머물고 그래서 물은 도에 가깝다.

     삶의 처세다. 자기를 낮춰야 한다. 한없이 낮추고 살아야 한다. 결국 바닥에 내려놓는 이 문필의 힘이 도로 나를 더 건강하게 하고 마음 편히 놓는 일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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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상 1975년 전남 담양에서 출생 2009년 실천문학 등단

     지면 관계상 시 행 단위를 임의로 줄였다. 시인께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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