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기억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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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72회 작성일 18-10-01 23:46본문
소리의 기억 / 김미영
해거름에 귀가하는 나를 보고 엄니가,
“우째, 해도 안즉 안 넘어갔구만 집엘 다 들오냐?”
엉금엉금 기어 들어가던
내 눈치를 슬슬 보시던 엄니가 다시
“우째, 어디 아푼가베? 쯔쯔~”
대답 없는 내 뒤통수에다 대고 엄니는 다시
“그케~ 밤을 낮 삼아 다니더만 그럴래라~!”
몸뚱아리는 성할 때 애끼야 되는기라~쯔쯔“
독하게 뜨거웠던 볕 몸살로
게걸음 걷는 날은
이순耳順 건너와도 속절없이 아리는
엄니의 혀 차는 소리
鵲巢感想文
어머님 생각이 물씬 나는 詩 한 수다. 시인은 이순耳順이 지난 시점에도 어머님 목소리가 간절하다.
詩는 총 4연이다. 어찌 보면 어머님 기억과 우리의 인생을 축약한 느낌마저 든다. 한 해 4계가 있듯이 즉, 유년시절과 청년시절 장년이 있으면 노년이 있다.
젊은 날은 인생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해가 졌는지도 모르고 보낸 시간이 있었다. 사회의 갖은 때를 먹으며 엉금엉금 기며 생활했던 장년의 세월도 있었다.
이제는 그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립기만 하다. 詩의 1연과 3연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젊은 날에 보냈던 시간과 장년의 세월에서 어머니를 그린 그 순간은 어머니께서도 보냈던 세월에 걱정하는 자식 마음이 묻어나 있다.
독하게 뜨거웠던 볕 몸살로 게걸음 걷는 날, 이제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며 따라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속절없이 어머니의 그 목소리는 왜 그리 그리운 것인가!
삶에 대한 책임이 아니었을까! 나는 독하게 뜨거웠던 볕 몸살로 이 시기를 보낸다. 정말이지 좀 더 독하게 살라는 충고처럼 읽었다.
합평 때다. 전*대 선생께서 좋은 詩 한 편을 소개했다. 물론 위 詩를 읽고 떠오른 마당에 소개하셨다.
아배 생각 / 안상학
빤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 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니, 오늘 외박하나?
-아뇨, 오늘은 집에서 잘 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발로 받쳐 선 체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야야, 어데가노?
-예... 바람 좀 쇠려고요.
-왜, 집에는 바람이 안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참 정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그러면서도 익살스럽다 못해 서글프고 왜! 그리도 먹먹한지 말이다. 끈긴 듯 잇는 듯 있는 듯 없는 듯 그 마음 말이다. 수묵화 한 점 보듯 부자간의 마음을 보았다.
조선 후기 화가 이인상(李麟祥1710~1760)의 말이다. 막빈어무식莫貧於無識 막천어무골莫賤於無骨이라 했다. 식견이 없는 것보다 가난한 것은 없고 뼈가 없는 것보다 천한 것은 없다는 말이다. 어於는 처소격으로 쓰일 때가 많으나 비교격으로도 쓰인다. 여기서는 후자다. 그림에도 뼈가 있고 글에도 뼈가 있다. 그러니 詩다. 식견이란 무엇인가? 학식과 견문이다. 배워서 얻는 것도 있지만, 보고 들으며 얻는 것도 있다. 가난은 錢(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식견 없음을 말한다. 사람이 나고 어찌 살아야 할지 분명하게 얘기한다.
오늘 모임 정말 뜻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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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경산문인협회 및 ‘빛그림’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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