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의 관능 / 김행숙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연못의 관능 / 김행숙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2회 작성일 18-12-01 00:07

본문

.

     연못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세계의 차원이 바뀌는 순간이 온다. 친구여, 식물세계에서 약을 찾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밤잠이 줄어드는, 점점 줄어들 어서 언젠가 없어지는 순간이 올 거라고 말하는.

 

     인간은 정원을 만들고, 연못을 파고, 두 개의 삶 중에서 하나는 숨기고, 하나는 수면에 젖는 종이배 같은.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보험회사에 다니다가, 집에서 노는 친구여, 연못가에 쪼그리고 앉으면 눈빛이 몽롱해지는 친구여, 우리는 제한적이다, 저 잉어가 그리는 삶의 둘레처럼. 그러므로 비밀이 필요한 우리는 서로의 혀를 깨문다.

 

     연못을 한 바퀴 돌고, 하릴없이 다시 한 번 연못가를 거니는 동안, 세계가 변했거나, 내가 바뀌었거나, 보이던 게 안 보이고, 안 보이던 게 보인다. 이를테면 수면에 뽀글거리는 저 기포들, 구멍들. 누구, 누구의 입술이 밤새 끓고 있는가?

 

                                                                                                         -연못의 관능, 김행숙 詩 全文-

 

     鵲巢感想文

     고등어다. 사실 일기는 저등어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일상의 얘기다. 시는 좀 고차원적이며 사색적이고 사각 링에 오른 권투선수다. 문과 벽의 관계는 이진법이다. (on)-오프(off).

     일기를 좀 더 고등어로 옮길 수 있는 재능은 있어야겠다. 이 시를 읽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10년 뒤에도 30년 후에도 분명 무슨 뜻인지 알 수는 있어야겠다.

     시의 내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여기서 시에 좀 더 접근하고 누구나 읽어도 시를 생각할 수 있는 문장이 되어야겠다.

     시 1연을 보면 시의 무기력함을 느꼈다. 가령 연못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세계의 차원이 바뀌는 순간이 온다는 어떤 희망적 기대를 담았다. 그러나 현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세계나 다름없는 오로지 약만 기대하고 약을 기대하는 밤잠은 줄고 언젠가는 어떤 기대 같은 일이 있을 거라고 믿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으로 점철되어있다. 시는 희망이다. 희망의 메시지를 담는다. 어떤 영감을 찾는 것도 분명 저와 같을 것이다.

     시 2연은 우리는 마치 종이배와 같다. 인간은 자기만의 정원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 정원을 만들기 위한 현실의 삶은 마치 연못에 띄운 종이배와 같다. 하나를 숨기고 하나를 위해 매진해야 하는 우리의 삶이다.

     시 3연을 읽고 있으면 이상 시 운동이 떠오른다.

 

     1층우에있는2층우에있는3층우에있는3층우에있는옥상정원에올라서남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해서옥상정원밑에있는3층밑에있는2층밑에있는1층으로내려간즉동쪽에서솟아오른태양이서쪽에떨어지고동쪽에서솟아올라서쪽에떨어지고동쪽에서솟아올라서쪽에떨어지고동쪽에서솟아올라하늘한복판에와있기때문에시계를꺼내본즉서기는했으나시간은맞는것이지만시계는나보담도젊지않으냐하는것보담은나는시계보다는늙지아니하였다고아무리해도믿어지는것은필시그럴것임에틀림없는고로나는시계를내동이쳐버리고말았다.

 

     시간은 반복적이다. 이상의 시는 연못에 든 잉어가 그리는 삶의 둘레처럼 별 다른 것이 없었다. 그러므로 어쩌면 우리는 비밀이 필요하고 서로의 혀를 깨물 듯 사색만 즐기는 것이다. 시는 소통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에서는 연못 같은 자아만 그릴뿐 그 밖으로 뛰쳐나가는 일은 죽음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연못만 뱅뱅 도는 삶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세계에서도 세계는 변하고 미세한 역량이지만 나 또한 변화해 간다. 조금씩 진보적인 삶은 전에 보이던 것은 보이지 않게 되고 안 보이던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를테면 수면에 뽀글거리는 저 기포처럼 구멍처럼 누가 누구의 입술이 밤새 끓고 있는지 분간은 서지 않지만 말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56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22 1 07-07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0 03-18
415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 03-15
415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 03-14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3-08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3-03
415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1 02-18
414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2-16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2-11
414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1 02-04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02-03
414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1-29
414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3 01-28
414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1-26
414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0 01-25
414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1 01-22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2 01-20
413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 0 01-19
4138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1 01-14
413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1-08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 0 01-03
413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12-24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 0 12-22
413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12-21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 0 12-07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 0 12-03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 0 11-30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 11-23
412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1 11-18
412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 0 11-17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11-16
4125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11-15
412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11-14
412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 1 11-11
412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11-10
412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11-06
411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 11-03
411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 2 10-31
411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2 10-28
411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 10-23
411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0 10-19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 10-14
4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 10-06
411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 10-05
411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 0 10-04
41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1 10-02
410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8 0 09-21
410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0 09-17
410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 0 09-1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