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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간절기 /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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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9회 작성일 18-12-04 11:03

본문

.

     엄마는 아직도 남의 집에 가면 몰래 그 집 냉장고 안을 훔쳐본다

     그런 날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이유 없이 화를 내던 엄마의

     일기를, 고향에 가면 아직도 훔쳐보고 있다 궁금해지면

     조금 더 사적이게 된다 애정도 없이

 

     내 입술이 네 입술을 떠난다 너는 카페만 가면 몰래 스푼을 훔친다

     우아한 도벽은 엄마의 철자법처럼, 걸인의 차양 모자처럼 생기가 있다

 

     세상의 기사(記事)들은 모두 여행기다 내일이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특종들,

     사건 뒤에 잊힌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고 다닌 적이 있다

     나는 네 가계(家系)에 속해 있다 매일 사라질 가계를 다루고 떠나는

     나의 행간은 활기차다 매일 똥을 오래 눈다 이것은 나의 기상에 해당한다

     내 가짜 이름은 너의 기상에 자주 등장한다 나는 네 허영이 마음이 든다

     허영이 없는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으니, 이불 속으로 들어가 푸딩을 떠먹는

     우리의 입술을 그려본다 예의도 없이

 

     짐승은 발톱을 깎아주면 신경질을 낸다 그렇게 서명은 피해가며 우리는

     침묵 속에서 자주 만난다 삶은 미묘한 차이를 견디는 일이다 수치심도 없이

 

     내가 낳은 혼혈아에게 두근거린다 이름을 지워도 결국 내 아이는 밝혀진다

     이미 나는 이 기상과 별거 중이다 나는 상투적으로 투정하며 살기로 한다

     신경질적으로 그리워지겠지만

 

                                                                                                         -간절기, 김경주 詩 全文-

 

     鵲巢感想文

     영화 팬도럼을 본 적 있다. 마침 위 를 읽다가 순간 생각이 나서 간략히 적어본다. 미래의 지구는 인구밀도와 더불어 환경재해로 더는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인간은 큰 우주선을 만들어 약 6만 명 이상 되는 인원을 태워 우주로 날려 보낸다. 물론 그전에 인간이 살만 한 행성을 찾은 결과였다. 그 행성의 이름은 타니스, 항해기간 923년이었다. 항로와 인간의 수면 그리고 여러 가지 복합적 기술로 그 행성에 도착했지만, 그 사이 우주선 안에서는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진다. 가 꼭 이 영화처럼 詩人 내면의 분쟁과 투쟁의 결과라면 지구를 떠난 이 우주선이 지구와 닮은 어느 행성에 결국 치열한 내분이 있었다고 해도 도착한 결과를 얻었다면 인간의 생존은 계속 이을 수 있겠다. 의 생존도 마찬가지라 여겼다.

     누군가는 시적 사유를 근거로 시인의 마음을 계속 써 내려갈 것이고 또 누군가는 문학적 비평을 아끼지 않으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토마토를 만들어 낸다면 그 는 또 누군가는 따 먹을 것이며 따먹은 그놈은 분명 똥을 살 것이다. 그 똥은 좋은 거름이자 시 생산의 토대를 만들며 오히려 옥토가 되어가는 시문학 세계를 그리는 것과 같다.

     詩를 읽을 때면, 마치 한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詩人이 사용한 詩語와 그 시어의 특성 그리고 문맥과의 관계, 역할을 대조해 보는 습성과 그 역할에 취해보는 것도 를 이해하는 데 아주 도움이 된다.

     위 시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다. 엄마는 나를 낳은 존재다. 엄마는 나를 낳았다는 말은 생산의 모체를 말한다. 그러므로 저 밑에 보면 가계도가 나온다. 결국, 이 가계도는 종연에 가서는 내가 낳은 혼혈아로 귀결이 되며 그 혼혈아에게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이 아이의 이름을 지웠다고 해도 아이는 밝힐 수 있다. 그 글의 특성은 그 글을 쓴 시인만의 유전자가 들어가 있으므로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백석이 쓴 를 소월이 썼다고 말하면 를 전혀 모르거나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시제가 간절기間節氣. 한 계절이 끝나고 다른 계절이 시작될 무렵의 그 사이 기간을 말한다. 물론 시인이 간절기라고 표현한 것은 시인이 살았던 어느 간절기의 겪었던 경험이 묻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만, 에서는 그 경험과는 전혀 무관하다. 오로지 를 생각하며 묘사한 것으로 이 전체는 말해주고 있다. 여기서 굳이 의 한 연대를 말하자면, 1년이겠다. 매년 신춘문예와 각종 계간지, 월간지로 인해 등단하는 새로운 시인은 계속 탄생하니까, 마치 고양이처럼 말이다.

     詩에서 사용한 시어 중 고향과 카페는 속성이 같다. 더나가 세상의 기사記事와 이중 특종까지 어쩌면 푸딩도 이 범주에 속한다. 고향처럼 푸근한 엄마의 가슴이자 속옷이며 입술이다. 그러므로 애주가가 술을 마다하지 않듯 좋은 를 보면 도벽도 하는 것이며 그것은 엄마의 철자법처럼 흉내 내보는 일과 같고 모작도 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스푼을 보자. 스푼은 그 성질이 딱딱하고 이미 굳은 물체다. 이미 생산한 시집의 문장은 더는 고칠 수 없는 것으로 여긴다면 스푼과 다를 바 없다. 저 아래 짐승은 발톱을 깎아주면 신경질을 낸다고 하는 표현도 참 재밌다. 짐승은 자아를 제유한 것으로 발톱은 자아에서 발아한 시적 사유事由.

     詩人를 보았지만, 어쩌면 이 세상 모든 는 하나의 펀(fun)이라고 하기에는 언어의 조탁과 기술은 묘하게 진보하였다. 의 세계가 진정성을 요구하는 어떤 세계라고 말하기에도 미심쩍다. 사실, 문학의 허구는 소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에서 엄연히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 가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교묘히 엮어나가는 詩人의 문장력은 높이 살만하며 그것을 파헤치며 또 상상을 이끌어내는 독자는 새로운 세계를 희망할 수 있으니 꿈이 서는 것이다.

     마치 영화 팬도럼처럼 이미 생명이 다한 지구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선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꼭 보시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는다. 긴장과 더불어 탁 막힌 공간의 어떤 두려움과 공포심까지 느껴 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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