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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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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 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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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69회 작성일 18-12-08 22:45

본문

.

     책을 읽을 시간이야 / 너는 말했다 그리고 입을 다물었다 / 네가 조용히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 이상해 정말 이상해 / 나는 이혼은 했는데 결혼한 기억이 없어 / 이혼보다 결혼이 훨씬 더 좋았을텐데

 

     그 책에는 이별 이야기가 있을까 / 어쩌면 네가 지금 막 귀퉁이를 접고 있는 페이지에

 

     나는 생각한다 / 온갖 종류의 이별에 대해 / 모든 이별은 결국 같은 종류의 죽음이라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키스할 때 / 서로의 혀를 접으려고 애쓴다

 

     무언가 / 그 무언가를 표시하기 위해 / 영원히

 

     키스하고 싶다 / 이별하고 싶은 것과 무관하게

 

     나는 천성 바깥에서 너와 함께 일생을 헤맬 것이다

 

     돌아가고 싶다 / 떠나가고 싶은 것과 무관하게

 

     어디론가 / 그 어디론가

 

                                                                                       -독서의 시간, 심보선 詩 全文-

 

     鵲巢感想文

     모든 창조적 행위의 출발은 파괴다(Every act of creation is first an act of destruction). 피카소의 글입니다. 지뢰밭 같은 사색을 걷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깨뜨려야 합니다. 글을 읽지 않으면 그 어떤 사색도 어렵기 때문이죠.

     우리는 를 읽을 때 이혼한 생각은 났어도 결혼한 생각은 나지 않습니다. 사실 결혼한 순간은 좋은 경험으로 닿겠지만 그 과정은 힘든 길이죠. 삶을 제대로 읽는 것처럼 시를 제대로 읽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모두 좌충우돌로 걷는 인생경로입니다.

     여기서 이혼은 참 중요한 시어로 등장합니다. 몸을 떠난 혼은 이혼離魂이며 그 이혼은 순간 빛처럼 지나가기도 해서 붙잡을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참 서글픈 현실이죠. 시적 착상과 구상은 늘 이혼 속에 일어납니다. 이혼을 잘 다루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은 필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창조적 행위의 출발을 위한 파괴적 행위 즉 독서는 이혼의 수습과정을 밟기 위한 자리입니다.

     오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한쪽은 신랑 신부의 인생의 첫발을 내딛는 혼례를 치르고 있었어요. 일부 하객은 원탁에 빙 둘러앉아 여담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 중 한 사람이 백년해로를 얘기하다가 어느 쪽은 5년마다 바꿔가며 살아야 한다며 얘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옆에 있던 한 친구는 5년은 무슨, 개 똥 같은 소리를......그리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저는 오래간만에 들린 호텔 음식에 그저 뭉근한 육즙에 정신이 없었죠. 현실에 무감각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의 세계에서 늘 초록을 꿈꾼다는 것은 현실과는 이혼이며 나도 모르는 결혼의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신혼新魂과 같은 생활이죠.

     많은 시인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독서의 시간과 이혼하며 현실과 결혼의 이행에 충실할 수 있을까요? 되묻고 싶습니다. 5년 마다요. 무슨 개 똥 같은 소리라고 어떤 현자는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천생연분도 있습죠. 그것이 도의 길입니다. 최소한 자기에게 주어진 의무는 바름이 있어야 합니다. 그 바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과 이혼(결별)하였습니까? 아니면 무엇이 바른 것인지 사람마다 잣대가 다르고 진짜 이혼과 결혼 사이 결혼과 이혼 사이 우리는 매번 무엇을 선택했습니까? 그래요. 그때마다 외로웠다고요. 알아요. 팥빙수에 팥같이 한 숟가락씩 떠먹으면 잊을 수 있습니다. 그릇을 일단 비워내고 보아야겠습니다.

     詩集 한 권을 쓰겠다고 수많은 책을 읽는 詩人처럼 하나의 가 키스처럼 해독되고 책꽂이에 영원히 잠재우는 모자처럼 그러니까 이별하고 싶은 것과 무관하게 일생을 함께 하는 죽음의 행사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순간 지나가더군요.

     그러므로 詩人은 늘 새로운 고향을 찾고 싶은 것입니다. 어디서 분명 나왔는데 그곳이 어딘지는 모르고 죽어야 할 곳을 찾는 그 외경外徑을 가름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일은 오로지 독서뿐입니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현실을 잊으며 꿈을 찾는 경로니까요.

 

 

     鵲巢

     하얀 눈 쌓인 민둥산이었어, 그 아래에 바둑판같은 계단식 등판 길이었어, 노새의 고삐를 잡고 요새에 올랐어, 울렁거리는 파도와 깊은 벽을 기대며 흙으로 빚은 부처의 얼굴 너머 산길 다시 보았어, 원주민 따라 걷는 구부정한 산길이었어, 지도의 등고선 따라 토호土豪의 손자국을 하나씩 지워나갔어, 침묵의 즙을 짜 내듯이 노새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일정을 지켰어 한 시간여 동안 걸었을까 하늘엔 떼 까마귀들이 날아오르고 등판은 땀방울이 맺혔지 노새의 울음은 정말 잊지 못하지. 까무잡잡한 꼬맹이가 미소를 머금으며 비탈길 위에 쪼그리고 앉았네. 애절양哀絶陽처럼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이란 것을 패색이 짙은 산길과 기형적인 노새의 발굽을 보고 알았어, 정말이지 속이 빈혈처럼 하얬어, 어두운 누각이 밝은 비문을 열면 오로지 뒤틀린 산길 속 까마귀만 읽겠지. 새들의 섭리에 둥지의 한 축으로 노새의 끈을 다시 당겼네, 높은 산세에 두근거리는 심장도 좁은 골짜기 지나 작은 찻집을 만났어, 길은 정말 험했어, 아주 잘 삶은 감자처럼 맥반석에 구운 오징어 같이 하얗게 줄 서 있는 행렬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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