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달 밤 /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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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60회 작성일 20-06-15 03:30본문
분홍 달 밤 / 지인
분홍 달 속에서 흰 개가 컹컹 짖었다
오래전 강가에 버리고 온 그 흰 개가
춘분이 지나고 뜨는 첫 보름달
4월19일 저녁 8시 핑크문이 피어오르고
둥근 문이 열렸다
분홍 달빛 아래 흐드러지게 핀 산벚꽃
천지간에 흩날려 아득한 한 때
무덤 문을 열고 그를 불러내어
꽃나무 아래 앉아서 술잔에 꽃을 띄워
주거니 받거니 할 때 그날의.....
꽃잎의 함성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정의와 사랑 진리 고통을 거쳐 침묵, 죽음
변한 것은 그 무엇이며
변하지 않은 것은 그 무엇이냐며
꽃잎은 해마다 피어 하염없이 흩날리는데
나는 이제 그만 그를 따라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그와 입 맞추려 할 때
분홍 달 속에서 흰 개가 컹컹 짖었다
오래전 강가에 버리고 온 그 흰 개가,
* 지인 : 1948년 충북 제천 출생, 1989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카페 유혹>등 다수
< 소 감 >
예부터 달을 주제로 한 시가 무척 많아서 독특한 이미지가 아니면 매너리즘에 빠져
식상하기 쉽다는데 본 작품의 경우
흰 개가 분홍 달 속에서 컹컹 짖는다는 이미지는 어릴적 개기일식(불개가 해를 삼키
려다 뜨거워서 토해 냈다) 장면이 연상되고,
산벚꽃 흐드러진 달빛 아래 무덤 속 그를 불러내어, 술잔에 띄운 꽃잎의 함성이 환청
처럼 들린다는 이미지는 죽은 사람과의 환상적인 해후가 연상되며,
정의, 사랑, 진리, 고통, 침묵, 죽음의 이미지는 지금까지 산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또 어떻게 살것인가 하는 열렬한 희망과 강한 의지가 깃들어 있어 암시하는 바가 매우
웅숭깊다
키득키득 오키나와의 밤은 깊어가고
창 틀 너머서 여우같은 갈보가 찾아드니
분두골 가득 넘치는 갈보년 노랫소리에 나는
밤꽃 핀 무덤가를 달리고 있다
- 졸작, 오키나와의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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