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몸에 물이 차오를 때 / 김경성
페이지 정보
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4회 작성일 20-09-28 04:11본문
물고기 몸에 물이 차오를 때 / 김경성
물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바람의 힘을 빌려 바다가 쏘아 올린
섬을
우리는 사막이라 불렀다
물고기 비늘이 석양에 반짝이며 휘몰아치고
차도르를 쓴 바람이 사구를 넘어가는 곳
꽃을 문 사막의 나무는 모래 속에 제 몸을 파묻고는
밤이면 이슬을 끌어 모아 숨을 피어올리고
리넨으로 칭칭 감은 미라처럼 햇빛을 뒤집어쓴 물고기 뼈가 나뒹었다
말을 잃어버린 늙은 개가 사막여우가 되어 어슬렁거리며
긴 혀를 내밀어서 부드러운 문자를 써 내려갔지만
그 누구도 읽을 수 없게 금세 지웠다
바다가 제 속에 품고 있는 것이 사막이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서걱거리는 바람을 가슴에 품고 사막으로 걸어 들어간다
애초에 바다였을 사막
순식간에 날아오르는 모래바람이 다시 바다 쪽으로 가고 있다
살이 빠져나간 물고기의 뼈에 한 스푼의 물이 고인다
* 김경성 : 전북 고창 출생, 2011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와 온> 등 다수
< 소 감 >
시제부터 네러티브 전반에 흐르는 이미지는 태초 지구 생성 과정이 모티브
된듯 하다
미국 우주과학자 앤 드루얀의 작품 코스모스(질서와 조화가 있는 우주)에 의
하면 지금부터 약 140억 여년전 우주 빅뱅(대폭발)로 시간과 공간과 함께 대
우주가 탄생했으며 그로부터 100억 년이 흐른 후 약 46억 년전에 태양계와
함께 지구가 탄생 했으며 당시 지구는 불덩어리로 지글지글 식어가면서 내부
에서부터 화산이 폭발, 육지가 바다 되고 바다가 사막이 되는 긴 세월의 풍화
작용이 있었는데 화자는 이 부분을 살짝 잘라 잠깐 이미지화 한듯 하다
석양에 반짝이는 물고기 비늘, 차도르 쓴 바람, 리넨으로 감긴 미라, 늙은 개와
사막여우 등 열풍만 몰아치는 삭막한 이미지가
모래바람이 바다 쪽으로 가고 있다, 물고기의 뼈에 한 스푼의 물이 고인다 등
생명력 있는 바다를 지향 하므로써 황폐한 독자의 심성을 내리는 단비처럼 촉촉히
적셔주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