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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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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단단한 지붕 / 정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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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6회 작성일 20-11-02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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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지붕 / 정영주


자궁엔 지붕이 없단다, 아가야

다시 자궁으로 들어가거라

아직 너는 물이니 몸 한 껏 구부리면

양수로 흘러갈 거야

눈도 귀도 열지 말거라, 아가야

탯줄로 받아먹던 노래와

몸 밖에서 그려주던 숲과 언덕과 강물의 춤들은

이렇게 잔인하게 무너질 수 있단다

아가야, 나는 네 언덕이란다

햇빛 좋은 숲이고 

젖이 마르지 않는 동산이란다

아가야, 아직은 눈 뜨지 말거라, 놀라지도 말거라

어미가 둥굴게 몸 구부려 단단한 지붕을 만들 동안

내 뼈가 산을 받아내고 콘크리트 절벽을 밀어낼 동안

너는 자궁에서 부르던 옹알이, 탯줄에 걸고

발길질 하고 놀아라

어미뼈가 우두둑 우두둑 부러지고 산산조각이 나도

네 동산은 들꽃과 나비들이 만발할 터이니

아가야, 천둥번개 땅이 갈라지고

어미 호흡이 지천을 흔들다 끊어져도

네 어여쁜 숨소리 작은 목숨 끝내 지키는

장한 모습 보여다오

아가야, 아직 이름도 없는 내 아가야

어미의 부서진 몸퉁이 든든한 철벽이 되어주마

내 사랑, 아, 아, 내 아가야


* 정영주 : 1952년 서울 출생, 1999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

            시집 <달에서 지구를 보듯> 등


< 소 감 >


중국 쓰촨성 지진때, 시신으로 발견된 젊은 여자의 구부러진 

품속에 갓난아이가 살아 있었던 기적 같은 사실에 무릎 끓는

다는 각주가 붙어있는 시

화산 폭발로 사라진 로마의 도시 폼페이 모습에서도 그 참혹함 

속에서 자식을 지키려는 모성애의 처절한 모습을 당시 동물의 

화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하던 4월의 바다

헤맑은 눈동자들 물 속에 처박던 날,

딸아, 나는 네 어미가 아니었다

울분과 분노로 가득 찬 연약한 야수

발만 동동 구르던 마네킹 이었다


선내 방송 믿었던

함빡 속아 울부짖던 딸아,

배반의 어둠 속

마지막까지 뜨는 달 기다리던 

어리석은 딸아,

가련한 네 모습 아픈 진주 알 되어서

매몰차게 가슴 속 박혔는데

꽃봉오리 속 요정님들이시여,

울부짖는 그 목소리 어찌하라고

그리 잠만 주무셨나이까?


딸아,

바람도 울다 지쳐버린 4월의 바다

지금은 노란 서리꽃만 만발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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