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병에 별을 꽂아두다 / 정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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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17회 작성일 21-01-18 03:10본문
꽃병에 별을 꽂아두다 / 정수경
완성되지 않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결기는 언제나 쉬운 일이였다
무늬만 앞세운 만개한 만족감이 휘청거린다
낙서처럼
좁은 다리를 건너지 마시오
팻말 앞에 놓고 간 일곱 번째 부적
달의 고요를 흔들며 출렁 고양이 잠 속으로 숨어들었다
씨 뿌리고 거두는 바람 타고 날아온 별빛이 꽃병을 스친다
유리창 밖 비린 맛에 길들여진 고양이
창틈으로 흘러나온 동물성
붉은 저녁의 흔적을 지우는 뜨거운 발톱이 자라고
등이 터져 후줄근해진 태양
쓸모없어진
무지갯빛 털실뭉치 달을 향해 던지면
고양이 호기심을 풀어 털실뭉치 속 술래를 찾는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속도를 늦추는 신기루가 있어
어둑한 방 빼닮은 삶이 바닥을 나뒹글 때
처음으로 당혹스러워지던 슬픔
다소곳 앉은
짭짜름한 눈물 한 방울로 완성된 문장을 만들며
한동안 치우지 않은 성탄트리의 여운을 모아
조금으로 내려가는 달의 무릎을 베고 차차 환해질 꽃병에 별을 꽂는다
* 정수경 : 1960년 경북 문경 출생, 2008년 <시로 여는 세상> 등단, 시집
<시클라멘 시클라멘> 등
< 소 감 >
화자의 사유가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현란한 시어들이 활달하게 날아다니며 내면의
굳은 질서를 너머 생동하는 계절로 화사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화자의 심상은 롯데(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여주인공)의 심령처럼 근접하기
난해 해도 흥미로운 신비의 세계로 빠져들게도 하고
태양이 점토에 비치면 점점 굳어지고 촛불에 비치면 녹아내리듯 종잡을 수 없어도
꽃병에 별을 꽂은 듯 화려하기도 하며
오리온자리, 카시오페아자리, 에치오피아왕녀등 신화 속 별자리들 사이를 무지갯빛
달이나 비린 고양이 동물성이 뜬금없거나 가뭇없이 유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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