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치, 슬픈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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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1회 작성일 22-09-17 21:31본문
슬픈치, 슬픈
=박서영
통영 비진도에 설풍치(雪風峙)라는 해안 언덕이 있다. 폭설과 비바람이 심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절벽이다. 그래서 설풍치는 슬픈치로 불리기도 한다. 그 해안을 누가 다녀갔다. 길게 흘러내린 절벽치마의 올이 풀려 도도새, 여행 비둘기, 거대한 후투티, 웃는 올빼미, 큰 바다 쇠오리, 쿠바 붉은 잉꼬, 빨간 뜸부기. 깃털이 날아가 찢어진 치마에 달라붙는다. 다시 밤은 애틋해진다. 게스트 하우스의 창문을 열어놓은 채로, 달의 문을 열어놓은 채로 잠을 잔다. 흰 눈이 쏟아진다. 커튼의 올이 풀려 코끼리 새 화석의 뼈를 감싼다. 따뜻한가요? 눈사람이 끼고 있는 장갑의 올이 풀려 내 몸을 친친 감는다. 나는 달아나는 사람의 자세로 묶여 있다. 일주일 후에나 발견된 죽은 새를 안고 있다. 자세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누가 다녀갔지만 슬픈치는 여전히 슬픈치로 불린다. 해안 모퉁이에 새들이 계속 쌓인다. 사랑한 만큼 쌓인다. 침묵한 만큼 쌓인다. 게스트 하우스의 창문을 열어놓은 채로, 나는 여전히 당신의 절벽에 매달려 있다.
鵲巢感想文
오른쪽 세계관은 날개다. 오른 우雨(비), 우羽(날개), 우宇(집), 우隅(모퉁이)다. 새와 대조를 이루는 거 여기선 바닥이다. 바닥을 걷는 동물 코끼리 새 화석의 뼈, 게스트 하우스와 흰 눈 그리고 나는 여기에 달아나는 사람의 자세로 묶여 있다. 일주일 후에나 발견된 죽은 새를 안고 있다. 죽은 새, 그것도 일주일 후에나 발견된다는 일 시는 어느 정도 수정이나 퇴고 그 속에 안착하는 일,
통영 비진도에 설풍치라는 해안 언덕이 있고 폭설과 비바람이 심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절벽 이건 진술이다. 이 이하 시적 묘사임을,
엊저녁에는 어머니와 함께 잠을 잤다. 한 건물 안에서 늘 내가 머무는 사무실이기도 하다. 지금은 혼자다. 한 사람이 있다가 갔는데 뭔가 텅 빈 건물 같다. 그전은 늘 비워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건물이 오늘은 허허하다. 현관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 바깥은 비가 왔다가 멈췄다. 또 태풍이 오른다고 한다. ‘난마돌’ 저 흩뿌리는 비를 보며 소주 한 잔 마시는 것도 낙일진대 몸은 늙어 거저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다. 오늘은 뛰지도 못했고 앉아 이리저리 궁상만 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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