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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의 숲 =주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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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회 작성일 24-09-25 20:58

본문

쇼스타코비치의 숲

=주하림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네 그 묻고 싶은 것에 끝이 있다면 그 묻고 싶은 것이 끝내야 하는 것에 있다면 나는 밤마다 오열하고 싶었다 갈라진 마룻바닥에 귀를 대고 폭격과 총성---정신 이상자들과의 선량한 화해 정부의 총알받이를 하던 시절, 총애하던 몇몇 화가와 작가 연주가 기고가들과의 저녁 만찬

 

    궁핍은 신에게도 어렵겠죠 모인 사람들은 시답지 않은 비유에도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나 담배 냄새, 음식 냄새로 가득한 실내에서 모두 힘차게 돌아갈 생각이라도 해야 했다

 

    밤의 오열을 만져주는 둘째 날의 저녁

    빼쩨르부르그의 어떤 아이가 그림자로 돌아다녔다 아무도 죽지 않으려는 게 이상했어 만찬의 밤이 끝나가던 복도 층계 끝, 연주가 흘러나오던 방

    피 묻은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던 피아니스트와 그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빼쩨르부르그의 아이

    피아노를 빌려줘요

    7월의 어느 멋진 날에 울면서 키스를 한다네

    신도 가끔 유리창에 코를 박고 자빠지지

    그녀의 다듬어진 우아함에 반해서

    피아노를 빌려줘요

    빼쩨르부르그의 아이가 피아노 위에 놓인 담뱃갑을 거칠게 쥔다

    당신은 왜 식당에 내려오질 않죠?

    내가 보기에 그녀는 너무 많은 왈츠를 추고, 너무 많은 이와 작별한 것 같아

    나는 여기서도 숱한 사람들을 만나 너무 꽉 끼는 조끼를 입은 사내, 일생 동안 쓰고도 넘칠 유산을 받은 소년, 정부의 바람기를 불안해하는 늙은 여자나 사기를 치고 달아나려는 자, 그리고 나처럼 자기 연주를 듣고도 더는 슬퍼하지 않는 자

    아저씨, 악상이 떠오르나요?

    나는 이제 혼자 하는 게임에도 운이 없단다*

    버려진 악상들이 몰려오는 피난의 도시

    빼쩨르부르그의 아이야, 네 연주를 듣는 편이 빠르겠구나

    그러나 한 번쯤 이 방을 이 숲을 이 도시를 빠져나가고 싶진 않았을까

 

    7월은 언제나 비가 내렸고

    정부의 총알받이들은 테이블에서 포커를 치고

    그녀를 위하여 나는 느리고 아름다운 춤곡을 연주하였는데

 

 

   문학동네 시인선 176 주하림 시집 여름 키코 010-012p

    *영화<The Weeping Meadow><2004>.

 

 

   얼띤 드립 한 잔

    러시아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쇼스타코비치, 그는 교향곡 제1번에서 제15번까지 많은 교향곡을 남겼다. 무엇보다 그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없어도 왈츠곡 하나만은 강하게 닿는다. 여기서는 소리 은유처럼 들린다. -스타--비치처럼, 숲을 형성하고 있다. 쇼스타코비치에게 들어와 한때 화가와 작가 연주가 또 기고가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저녁을 즐겼던 순간을 생각하는 것처럼 마룻바닥에 발굽을 쳐 보는 순간이다. 그러나 폭격과 총성이 오가는 정신 이상자처럼 나는 밤과 오열하고 있을 뿐 사실 다시는 묻고 싶지 않은 일일 뿐이다. 사고의 궁핍에서 신은 벗겨져 있고 밤길 오르려는 발은 끔찍할 정도로 연주만 떠올린다. 담배 냄새, 음식 냄새, 상여를 멘 군사처럼 그늘만 가득한 공간에서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는 밤만 있을 뿐이다. 그 밤, 둘째 날 저녁, 빼쩨르부르크 배 째라 불러보는 아이는 도저히 오지 않으려는 골목 어딘가를 서성인다. 그림자는 그렇게 돌아다녔다. 그러니까 아무도 죽지 않은 밤만 있겠다. 피 묻은 손, 더럽혀진 바닥에 머리 다 뜯긴 흔적과 머리카락이 보이고 그런 피아니스트는 밤하늘 별빛을 보며 빼쩨르부르크 아이를 부른다. 피아노, 저 피에 해당하는 나 아거나 싹 아로 다시 써 본다. 그러나 이쪽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까 계속 잇는다. 칠월 칠옻칠이지만, 박 씨 공방의 제품들 숟가락에서 젓가락에 이르기까지 멋진 작품은 당대보다는 후대에 계획하고 실행한 혼자의 일임을 가끔 유리창에 코를 박는다. 배쩨르부르그, 다시 아이를 부르며 피아노를 빌려달라 말을 하고,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음을 확인한다. 다시 담뱃갑을 펼치며 식당을 들춰보는 일, 무엇을 먹고 싶은 건지 무엇을 요리할 건지 무엇을 그릇에 담을 것인지조차 나는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당신은 왜 식당에 내려오질 않죠? 묻는다. 다만, 많은 여자와 왈츠를 추고 많은 여자와 작별했다는 사실만 있다는 그 생각만 피스톤처럼 뒤죽박죽이었다. 그래서 정부의 바람기라고 했을까! 하여튼, 일생에 피울 수 있는 저 바람기, 꽉 끼는 조끼가 아니라 꽉 낀 청바지에 늙은 여자와 연주를 하고 절대 슬퍼하지 않은 일에 감격하고 하찮은 일에 놀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피아노를 치기만 했을 뿐 더는 슬퍼하지 않는다. 악상이 떠오르나요? 아저씨, 我低氏 그러나 여전히 혼자다. 나는 이제 혼자 하는 게임엔 운이 없는 것인가? 저 많은 피아노를 훑어 내린 왈츠에 다만 춤만 추었던가! 버려진 악상과 몰려오는 도시, 정말 운이 없는 것인가? 빼쩨르부르그 아이, 빼쩨르부르그 아이, 너는 정말 빼쩨르라 다물고만 이 숲은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두개골에 옻칠만 했다. 정부의 총알받이처럼 사각 테이블을 열고 사각 테이블에는 아무것도 없고 포커를 치고 포커를 지우고 나는 영원히 두 다리 사이를 두고 왈츠만 추고 있었다. 참으로 기나긴 밤이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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