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탈옥수 / 박명용 > 내가 읽은 시

착한 탈옥수 / 박명용

수십 미터 아래로 곤두박치는 우람한 물줄기

이런 날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일생을 고분고분 살아온 것도 크나큰 죄인가

거대한 완력에 갇혀 죽은 척 엎드리거나 누워

낮이면 산 그림자 무심히 덮고 밤이면 

초롱초롱한 별 바라보며 흔들리는 마음을 얼마나

다독였을까

오랜만에 얼린 수문 언제 닫힐까 두려워

몸 가리지 않고 죽기로 뛰어내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탈옥수들

두터운 벽이 멀어질수록 온 몸 반짝이며 퍼덕이는

사유의 푸른 날개 이 얼마나 신선한 자유인가

오, 어진 것들의 탈옥이여!

* 족쇄가 풀리자 댐 물의 불만은 일시에 폭발,

  천둥 치 듯 내리 꽂는 저 함성을 들어봐!

  울분과 분노로 내달리는 저 위용을 바라봐!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