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 서정춘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빨랫줄 / 서정춘
그것은, 하늘 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 줄 같다
그것은,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방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당겨주는 힘
그 첫 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 뿐이다
* 천둥 치자, 참새는 떼지어 훌쩍 대추나무 위로 날아가는데,
소나기 쏟아지자, 팬티 스타킹은 흠뻑 젖어 찰싹 달라붙네
실패로다 실패, 완전 해탈(解脫)은 좌절이다!
오늘도 빨랫줄은 재풀에 꺾여 바람에 스쳐 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