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그린엘스 모래언덕에서 부르는 연가/고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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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0306」
홍그린엘스 모래언덕에서 부르는 연가/고창영
그대 오시었소
어찌 이제야 오시었소
고비사막 끝없이 이어진 모래언덕이 먼먼 한 많은 세월
고려에서 건너온 그리움이 쌓인 건 줄 그대 아시었소
울다 지친 하늘, 눈물도 마르고 대지도 말랐더이다.
바위산이 으깨져 모래가 되고 먼지가 되었소.
주먹만 한 별들은 여전히 총총 인데
해저녁 노을만 소리 없이 눈시울 붉다가 가고 또 가오만
내 어찌 발을 구르며 사랑을 빼앗기고 울부짖던 사내,
당신을 한시도 잊은 날 있었겠소
억겁의 시간을
말을 타고 오시었소
낙타를 타고 오신 게요
발목이 푹푹 빠지는 모래바람 부는 언덕을
기고 또 기어올라 마침내 오신 당신,
저기 달이 보이시오
고려의 달이 원에 건너와
어느덧 몽골의 달이 되었소
그대로 사랑이요
여전히 사랑이요
변치 못하는 바보 같은 사랑 말이오
하지만 그대 이제 가시오
잘 가시오
이별이야 우리 생의 전부인걸
보았으니 이리 보았으니 되었소.
그래도 한 가지만 소원하오
달이 뜨면 기억해주오.
독한 술 한 잔 달빛에 담가 마시며
먼 고비사막 모래로 으깨진 그리운 사랑
아직 여기 있음을.
*홍그린엘스 : 몽골 고비사막 내 모래로 만들어진 사구
(시감상)
문득 봄이다. 문득 청마 유치환의 ‘행복’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사랑하는 것은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시인의 마음이 봄빛처럼 환하다. 가끔 현대시가 아닌 정통 서정시가 그리울 때가 있다. 아마 가슴 저 밑에 자리한 서정이라는 본성을 갖고 살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보내고 남고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되풀이한다. 어쩌면 그리워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같은 의미일지도 모른다. 행복하기 위한 열쇠와 같은 것. 남은 사람의 몫은 늘 그렇듯 외롭지만 아름답다. 본문의 행간처럼 ‘ 아직 여기 있음을.’ 봄이다. 할 수 있을 때 그리워하자. 뭐든.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고창영 프로필)
원주문인협회 회장, 강원문학작가상 외 다수 수상, 시집(등을 밀어준 사람) 외 4권
고창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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