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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회 작성일 25-01-08 02:20

본문


삼백년 전 죽은 여자의 아랫입술이 

레고퍼즐 조각으로 어질러져 있는 

언어의 방 속. 여기 굽굽한 바닥을 펼쳐  

시뻘건 부용꽃의 표정들을 조립해낸다고 해도,


검은 진주의 표면이 출렁이면 

그저 그뿐. 새하얀 치아, 귀

막은 여자, 몸부림치는 계단은 멀기만 하고,

 

차가운 돌 위에 누운 형해의 늑골들 시들어

가는 소리. 


강철의자 엉덩판을 높여

날 고립시킨다. 내 언어는, 


굽이치던 혀 끝이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는 

절정을 안고 있다. 폐렴이 스며드는 축제의 잔에 

조용히 술을 채운다. 재가 되어 버린 내 사촌형이 

술 속에 들어가 앉아있다. 난설헌의 

대장암수술처럼 적요한, 


달빛의 절규로 화안하게 가득한 밤이다. 


밤의 습기 찬 

언어는 오늘밤도 구더기가 기어 다니는

흙을 집어먹는다. 넓은 옥수수잎들이 

초록초록해서 추하다. 예리하게 벼려진 달빛이 


간질병 발작을 일으키는,

투명한 유리조각의 경련같은 밤.

내게 눈도 맞추지 않고 

언어의 방안을 돌아다니고 있는

저 수많은 유령들. 바닥 없는 

이 방속에서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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