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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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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4회 작성일 25-01-10 12:32

본문

여우



칼날캍은 바람이 햇빛을 해체하고 있는 

홋카이도

의 설원에서 여우 목도리 두른 소녀를 만났다. 작은 얼굴에 눈 코 입 없이

귀여운 표정만 한가득 있었다. 손톱깎이처럼  

새하얀 배꼽에 사파이어

같이 푸른 눈,

恥毛를 겨울

바람에 내놓고 있었다. 텅 빈 설원 한가운데 자작

나무 한 그루가 발톱에 안대를 하고 

새하얀 햇빛 속에 서 있었다. 모두들 포르말린 

속에서 창백하게 표백

되어 가는 중이었다. 어느 사나이가 작살을 들고 

눈보라 폭풍 치는 설원을 건너 

여기 찾아왔다. 사나이는 가슴 속에 보물이라도 

되는 듯 퍠렴과 기생충을 끌어안고 있었다. 멀리서 종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아바시리형무소 높다란 담장 

안에서 총살형이 집행되는 소리였다. 남자는 빙하로 얼어붙은 똥을 쌌다. 

남자가 소녀에게 말했다.

우리는 여기에서 너의 교수형을 집행하자. 자작나무 헐벗은 

가지에 가느랗고 긴 무지개가 걸린다. 호수의 거대한 등뼈가 

저 허공 가로질러 투영된다. 소녀의 목을 꽉 조르는 대지가 있었다. 나는 네 

앙상한 생선뼈같은 경련을 백만원 주고 샀다.  

남자는 작살 끝으로 

얼음 위에 소녀의 마스크를 조각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눈보라에 사방이 보이지 않았다. 윙윙거리는 

벌떼소리같은 바람이 남자의 귀에 속삭였다.        

소녀는 홋카이도의 곰에게 잡아먹히는 중이라고. 

설원을 가다가 새끼를 거느린 암컷곰을 만나면, 그 곰은 악착같이 

쫓아와 그 사람을 발기

발기 찢어죽인다는 것이다.

소녀는 너무나 많은 곰을 오늘 만났기 때문에 

죽는 것이라 했다. 곰의 

아가리 속에서 와드득 와드득 씹히는 뼛소리만이 

곁에서 들려왔다. 

하반신이 향기로운 그녀는 이미 하반신밖에 남지 않아 가난한 

사람,

가난한 사람들은 저 설원 아래 가득가득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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