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부 등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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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516회 작성일 17-09-25 00:04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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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의미를 잃어버린 물
아무르박
물이 길을 찾아간다는 말은 믿지 않기로 했다
그릇의 모양을 닮아버린 순응이 싫어서
바람이 어질러 놓은 호수에 일렁임이 싫어서
거저 밀려갔다가는 떠밀려오는
지조 잃은 바닷물이 싫어서
사선에 빗발치는
빗소리에 벤 상처는 사랑의 상흔이다
유리창을 흔들고 간 눈물 자국은
아침이면 씻어놓은 햇살에 묻혔다
과거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번 들여놓은 발자국은 무시로 짓밟고 간다
가장 눈부신 날에 죽음을 생각했던
청춘의 마름 자리처럼
눈물은 흐르는 게 아니라 떨구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 흐린 초점은
안개가 낀 날에 나무 가시처럼 빗금에 돋아난
달빛처럼 울어도 대답 없는 풀벌레처럼
가슴에 알알이 떨어지는 이슬이다
물이 길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
등산로에 말라죽은 나무를 오른다
칡덩굴
비비 꼬인 창자에 물길을 냈을 것인데
무엇을 담아낼 수 없을 거라 믿고 있을 때
나무는 마르고
물은 구속하지 않았다
숲은 소실점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불변의 질량
물의 우주를 담아낸 물그릇이다
그녀는 물 같은 존재
나는 어쩔 수 없어 말라버린 그릇이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