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 창작시의 향기

무 

어디서나 금방 잘 자라나

길러 먹기 까다롭지 않기에

흔해 빠진 채소

머리서 발끝까지 아삭하니

버릴거 없이 몸에 이로워 고맙게

생으로도,익혀서도,졸여서도,절여서도,말려서도,

국거리의 깊은 맛에 아낌없어

경이롭게 별명도 많아

흙에서 그냥 나와 토인삼(土人蔘)

한겨울 추위 몸보신이라 동삼(冬蔘)

공명이 군대 군량 삼아 제갈채(諸葛菜)

궁녀들이 먹으며 절개를 지켜 수절채(守節蔡)

두 갈래진 놈 먹고 미인되어 남자를 기다린 다산채(多産菜)

파릇파릇 연보랏빛 무꽃이 이팝꽃 마냥 무수이 피던 날

내 뜨락에도 깔끔하고 맛있게 남김없는

부대끼지 않는 한줄기 싯구를

잠시나마 흐드러지게

가꿀 수 있을까  

재 너머 언덕 한뙤기 밭에는

싱그런 초록 레게풍 머리를 땋고

물기 머금어 통통한 흰 속살을

대지에 꽂혀 박고 지탱해 

나란히 무수이 열을 지어

무수들이 곱게 가을 들녁 정경을

풍요롭고 살뜰하게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