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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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얼핏
자수정 속같은 세상이 스쳐 지나갔다. 산딸기 하나처럼 빠알갛고
시간의 씨앗들이 송송이 들이박힌
시골길이었다. 스쳐지나가는 내 기억의 표면은 단단했으나,
맥주거품이 철조망 타고 흘러내렸다. 멀리 다이나마이트가
공동묘지에서 폭발하는 소리였다. 뜯긴 팔다리와
절단된 머리들이 허공으로 튕겨나가는 소리였다.
길가 녹슨 표지판 위에
쥐들이 갉아먹은 옛흔적이 마치 시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썩은 이 하나가 내 입에서 떨어졌다.
내 손바닥 위에 조용히 놓인
이 하나가 날 똑바로 노려보며 빛을
내기 시작했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범상치 않은 시인님의 표현들에 빠져봤어요.
시인님 시에서 마치 내가 느끼는 기분이 들더군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코렐리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