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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꽃들 아래 미실(美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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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회 작성일 24-12-31 02:20

본문

등나무꽃들 아래 미실(美室)



등나무 그루마다 투명한 벽 세우고, 빛이 

들지 않는 감옥에 갇힌 것처럼 작게 속삭이는 날개, 너는 

신과 인간으로 갈라진 얼굴을 갖고 있다고.  

그 끝이 예리하게 금 간 보랏빛 더 더 번져나가 

내 눈 멀게하네. 피비린내 역한 

미세한 비늘들이 밤새 하늘에서 내리다가,

하늘 끝에서 끝으로 

네가 몰려 다니다가,  


새하얀 회칠을 한 복잡하게 얽힌 복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빈 방으로 향하는 문들을 그렇게 활짝 열어 놓고 어디로 간 

것일까? 


아직 보랏빛까지 다다르기에는 

비단옷 안에서 굴곡을 만들던,


그 몸부림마저

향기로 감돌던,  


머리 위로 찬란한 성을 이루던 등나무꽃들은 해체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없습니다. 


母神은 이미 죽어 없습니다. 美室은 지난 봄 내내 이유 없이 앓았고 마참내 母神을 사산하였던 것입니다.  


그러자니 무수한 포말들이 위로 떠오르는 대신 몸을 떨며 美室의 중심으로 중심으로 몰려들어 쟁(錚)고(鼓)를 울리고 있는 눈 먼 자들의 경련, 반짝반짝 닦아 놓은 청동거울 위에 비치는 아련한 얼굴, 열아홉살의 巫女는 이미 두 남편을 잃고 몸이 갈기갈기 찢긴 채 이렇게 스무해째의 봄을 맞게 된 것입니다.

 

채찍질이 가해지는 美室의 자궁에는 꿰메어진 자국이 있습니다. 한 때 그렇게 목 놓아 울던 문지방은 지금도 간혹 목이 메이는 모양입니다. 칼날같은 강 물결이 스스로를 높이는 동안, 아픈 살이 다시 돋듯 보랏빛 멍울들이 하늘을 한가득 메우고. 멍울들 속에서 죽은 자들이 말 걸어오고.  


이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무수한 등나무꽃들은 바람도 없이 살랑살랑 흔들립니다. 계단도 없는 오르막 성벽을 따라 눈도 없는 청록빛 지붕이 이어졌습니다. 학살(虐殺)의 소리입니다. 


무겁게 가라앉은 청록빛 기와들마다 긴 시간의 침묵을 담고 있습니다. 투명하게 통 통 튀어 오르던 물방울을 쪼으는 박새가 그 그림자의 문을 엽니다. 파도가 꿈틀거립니다. 美室의 몸 몸 속에 수수께끼같은 황홀한 고통이 차 올랐습니다. 美室은 그것에 귀 기울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美室의 소매를 잡아 끕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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