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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소의 외침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8회 작성일 25-01-14 10:21

본문


신학기 개강을 앞둔 모 대학 캠퍼스 안이

아직 절반은 겨울을 건너지 못했다

산 중턱에 이름을 얹어놓은 이 대학 캠퍼스 안 인공연못 주변에

관절이 녹슨 채

경직된 침묵을 번식하고 있는 빈 그네가

색깔 바랜 벽화 속의 요람처럼 아늑했다

 

태양이 서산을 한입 베어 문 텅 빈 교정,

나를 훑는 시선이 없음을 확인하고

바람을 정갈하게 빗질하는 솔잎의 볼륨을 들으며 그네에 앉아 땅에서 발을 떼었다

관절에서 흘러내린 서문에 미처 기록라지 못했던

이끼 낀 석상의 외침이 들어있었다

오늘 낮 지도의 맨 뒷장을 넘길 때까지만 해도

지금 발밑에 널린 세상의 현기증이 내 뒤꿈치를 깨물지는 몰랐다

거절할 수 없는 지상의 풍경,

관절의 이동 폭이 벌어질수록 노을이 걸린 뼈의 색채가 누런 보리밭처럼 일렁였다

생의 상승과 하강 순환 주기 틈새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자리를 옮겨 다니며

사구를 쌓았는지 모른다

한 줄 문장으로 요약될 수 없는 생의 그네,

정답과 오답 사이에서 진동자처럼 흔들렸다

 

발이 땅에 닿았다

혀가 없는 토르소의 침묵에서 죽음을 베어 문 외침을 들었다

천 년의 밤을 담은 침묵의 외침이었다.

댓글목록

힐링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침묵의 외침을 들었다는 것은
생이라는 그네  죽음이라는 그네를 직시했다는
뜻이 아닐까요. 
이 그네는 둘로 나눠진 것이 아니라
일생동안 이 그네를 타면서 
의식한 듯하면서 의식하지 못하고 무한 공간으로 
생각하는데...........
이 착각이라는 순간 속에서 사는 것을
포착해서  정교하게 엮어 놓아
생과 사의 이 간격이라는 하나인 것을
자각하게 합니다
일상에서 세밀한 관찰의 시선이란 이처럼 사물을 대한
내밀함과 생과 결부된 것을
해부하는 힘이란 이처럼 크다는 것을 발견하게 합니다.
정답과 오답을 사이에서 진동자처럼 흔들렸다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겨울 풍경 속에서
생과 사의 그네가  추라는 정점에 다다르게 하는
지고지순한 힘이란 무엇일까요.
큰 감동으로 젖어 오게 합니다.

먼 길을 걷다가 카페에서 커피의 한 잔으로
생의 희열을 느끼는 것처럼
오랜 갈증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도 시인님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장문의 긴 시평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횡설수설하며 늘어 놓은 제 시에 비해 시인님의 격조 높은 평이
제 글을 부끄럽게 합니다.
캠퍼스 내에 있는 빈 그네를 혼자 타며 생각을 꺼내 보았습니다.
그네가 흔들릴 때 높이에 따라 보이는 것도 다르게 다가오는 사물이 새로워 보여
주절거려 봤습니다.
부족한 시에 시인님의 따뜻한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힐링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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