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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그린 저녁의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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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뻐꾸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0회 작성일 21-09-04 06:32

본문

바람으로 그린 저녁의 삽화

      

이웃집 소녀가 노래를 한다.

꿈처럼 피어나는 작고 하얀 꽃

어둠을 파고드는 향기가

휘어진 등을 어루만진다.

         

수돗물 틀어놓고

남루를 씻는다.

흐르는 물에 씻으면

더 맑아질 거라는 믿음이

손등이 부르튼 고무장갑 위에

발진처럼 내려앉는다.

   

멀리 뱃고동 소리 들린다.

새벽을 싣고 가는 밤의 심장 소리

출구가 없는 일상도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위에서

발목도 모르게 춤을 춘다.

        

보아도 그만

안 보아도 그만

샤워를 끝낸 아내와 함께

오래된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눈치 없는 이웃 같던

의문과 회의가

슬며시 자리를 비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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