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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어느 마을을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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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3회 작성일 22-04-09 11:58

본문

잃어버린 어느 마을을 지나치다 / 백록


 

 

곤을동, 영남동, 무등이왓, 큰넓궤, 대난도, 비지남흘, 마통동, 조가동, 모살못의 터무니를

기억하는 이, 지금쯤 몇 명이나 남아있을까

그럴듯한 4.3평화공원의 빗돌엔

그 흔적의 이름이나마 제대로 새겨져 있을까

누구의 하르방 할망인지

누구의 어멍 아방인지

누구의 자식인지

누구의 형제자매인지

혹여, 그들이 잃어버린 시간이나마 몇 자 적혀 있을까

바람이 전하는 소문에 의하면 그 시간조차

구름에 뒤엉킨 채 구천을 헤매고 있다는데

설마, 천년을 지키고 있는 이 섬의 동백들은

핏빛 뚝뚝 떨구던 그날을 기억할까

   

! 칭원稱冤하도다

원통하기 이를 데 없도다

하여, 죽은 시인의 이름을 구차하게 빌어

오늘에야 비로소 부르짖노라

 

산산이 부서져 허공을 떠도는 이름들이여!

불러도 대답 없는 영혼들이여!

부르다 저도 따라 죽을

초혼招魂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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