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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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457회 작성일 20-06-24 09:36본문
머리위에 수평선이 거대한 벽으로 높아진
시간 이었다.
나란한 일정한 간격의 위치와 제한된 공간이
강요되는 수평의 질서
답답한 수평의 선들과 수직의 선들이 각각의 길이와
높이로 단단하게 누워있고 서 있었다.
수직의 질서들 속에서 수직들이 서 있고 걸어가
수평속에 숨는다.
허공은 점과 점의 사이, 선과 선의 사이, 공간과
공간의 사이로 사선의 생각이 앉는 중력이 제거된
투명한 섬이었다.
밤새도록 문을 열고 닫았던 열망과 생각들
밥을 먹고 출근하고 일정하게 나란한 사과 세 개의
질서 같은 수평의 질서를 견디며 답답했던 사각의
모든 벽들을 힘겹게 견디고 있었다.
무너진 것들과 버려진 것들도 질서가 있었다.
사과 세 개를 아무렇게나 던져놔도 질서는 무너지지
않았다.
새로운 질서를 가진다.
또 다른 질서는 발견하거나 깨달은 것이 아니라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선택이 없었을 뿐이었다.
나는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았다.
새로운 질서가 생겨날 것을 확신했고 더이상
주머니에 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타인의 신발과 발자국이 늘어 났다.
출근하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의 산 꼭대기에서
하루종일 도시를 뒤지며 전 세계에 숨어있던
노래들을 찾았다.
도시에서 책들이 산으로 옮겨졌고 다시 내려졌다.
붓을 든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이 있었다.
새벽에 떠나기 위해 가방을 챙기고 누웠다.
나는 또 다른 질서를 갖고 싶었고 스스로 일정하게
나란한 사과 세 개의 수평 질서를 완전히 버리고
싶었다.
문은 열렸지만 떠나지 못했다.
새벽에 한 여자가 와서 온몸으로 길을 막았다.
눈물로 강을 만들어 건널수가 없었다.
작은 여자도 힘이 세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때의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비록 일정하게 나란한 사과 세 개의 질서같은
수평 질서 속에서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지만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또 다른 질서가 날마다 생겨났고 지금도 또 다른
질서가 계속 생겨난다.
그 질서는 바로 사랑이다.
모든 질서와 구분은 사랑 안에 있었다.
작은 여자는 가끔 그때 자기가 미쳤다고 얘기하며
웃는다.
댓글목록
창동교님의 댓글
창동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시를 쓰셨군요..
잠시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작은미늘님의 댓글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창동교님!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광스러운 발걸음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더 정진 하라는 걸음으로 새기겠습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산문시군요..어쩌면 산문시가 더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조금 아쉽다고 느낀 점은 맨 마지막 연입니다..이미 사랑임을 짐작하고 있는데 "사랑"이란 단어로 결론을 짓는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어디가지나 저의 짧은 소견입니다..다른 분들은 좋게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좋은 시라서 미력하나마 느낀점을 몇자 놓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소서~^^
작은미늘님의 댓글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스펙트럼님! 어제 꿈에 산 더덕을 먹는 꿈을 꾸었는데 복권을 살까 싶었는데 아닌것 같습니다.
들러주셔서 너무나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조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를 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부족함이
많습니다. 정진 하겠습니다.
감사드리며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구닥다리가 무너져 이루어졌다는 산뜻한 새 질서가 신선하게 꽂힙니다
감상 잘 했습니다
작은미늘님의 댓글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석촌님! 창밖의 시원한 빗줄기처럼 오셨네요
퇴근길에 차창 밖의 시원한 방울들이 즐거웠습니다.
시원한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부족한 마당 들러 주셔서 영광을 품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