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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2,106회 작성일 16-01-06 10:21

본문

 배번

 

 

 출발선은 없다. 백색 레일 장거리장애물달리기 출전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전직 함바 사장 오 여사는 출근길 택시에 치여 최근을 분실한 상태, 약지중지 끊어 먹고 산재에 의존하는 우진정밀 정 반장과는 자판기 커피로 저무는 사이. 어촌계 이장마누라 반 여사는 갯벌에 버무린 몸, 동죽 캐다 빠진 무릎연골에 핀을 박고도 조금 사리, 물때만 따진다. 우리아들이 누군지 알고 지랄이야! 푹 꺼진 입으로 큰 소리 뻥뻥치는 팔십 삼세 순덕 할매는 지체장애 막내딸 없이는 화장실도 못 간다. 펄럭이는 팔로 기저귀 툴툴 말아 던지면 롱 슛, 골인이다. 극심한 편두통 및 왼팔 마비 등 오십 병증 소견으로 엉거주춤 장애물달리기 대열에 합류하게 된 지천명의 강 여사, 6인실 중앙 침대에 다 죽은 혈색으로 똑똑 떨어지는 링거액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맑아서 데굴데굴 이 대열 몇 번째 선수일까 점쳐 보는 것인데, 어느 대가리의 소행인지 십 칠년을 싹둑 잘리고도 스마트폰에 키득키득을 퐁당 빠트린 옆 침대 생머리의 분홍 발가락

 

 y병원 재활병동에는 배번背番처럼 침대 하나씩을 등에 떠멘 장거리장애물달리기 선수들이 쉬지 않고 달려간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15 09:38:12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무의(無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동묘지에 가면 참 많이 죽었다 싶고
병원에 가면 참 많이들 아프구나 싶고

죽지 않는 이상 누구나 그림자는 길어
사연 없는 통증은 없는 것 같고,

저 여섯 개의 침대 중에
하나는,
술 많이 묵고 어깨 쑤시는 여인네도 있겠다 싶은데

성영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리지 않고 먹을 때가 좋았습니다.ㅎ
어깨와 주님은 사돈도 팔촌도 아니어서 좋았는데
속이 속이라
깨갱하는 쥐똥이라니 쯧쯧...

고현로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등등...
이미지가 마음 속에 도통 잡히지 않아 감상만 하는 이미지 행사를 지켜보고 있는데요...
배번...으흠... 이렇게 상상하면 되는군요.
잘 읽고 갑니다^^

ㅋㅋ 무의님 때문에 1등을 놓치다니...시상대 1등에 오르나 했는데...

성영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현로님 외 몇몇 선수들의 댓글 경주 한 재미합니다.
얼마전 저 대열에 잠깐 들었었는데
사는 거 참 장애물경주 같다 생각했습니다.

애국가 울리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려봅시다.^^

허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미지 고르면서 이 이미지에서는 어떤 글이 나올까 기대 했는데
역시 시인의 상상력은 대단하군요

고지에 근접하셨으니 내년에는 반드시 빛을 보리라 생각하면서

봄에, 아니 그전에 한 번 뵈어요 ^^

성영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매달 이미지 선정하는 것도 매우 힘드시지요.
시인님과 여러 운영위원님들 덕분에
시마을이 밤이고 낮이고 불야성을 이루네요.

고지에서 번번이 손을 놓치니
이 무슨 장난인가 싶다가도
더 낮아지라는 높으신 분의 훈계로 알고
다시 무릎을 꿇습니다.

뵈올날 기다리며
건강한 겨울 보내세요^^

시엘06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엘0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거침없는 운율의 흐름에 일단 기가 죽습니다.
이 흐름에 인간사를 둘둘 말아 기막히게 펼쳐놓네요.

장거리장애물달리기!  이 은유, 눈에 착 감기네요.

멋져요!

성영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운율이 아무리 좋다한들
시엘님의 섬세한 필력만 할까요.

세상사 어쩌면
노인의 철퍽 젖은
기저귀 안에 다 들어있는 것은 아닐는지...

저 선수들 틈에 메인으로 끼기 전에
깃발은 꽂아야 할텐데 말이죠...

성영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정신 샘 오셨군요.
늘 큰언니처럼 든든해서 좋아요.
자주 인사 드리지 못하더라도
이쁘게 봐 주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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