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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236회 작성일 16-02-18 23:58

본문

종점



물소리 휘감기는 타이어의 회전음을 들으며
달리는 길에서 바뀌는 날짜의 앞과 뒤,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흐린 視界에 내리는 비

나는 외롭게 막차에 실려 있네
하나 둘 내리는 사람들
날짜변경선 위를 위태롭게 걸어가는 뒷모습이
내일의 후사경에서 점 점 점 멀어진다

결국 모두가 내리고
가장 멀리 가는 나만 남겠지
가장 멀리 간다는 것은
가장 외로워야 할 일
차창에서 번지며 스쳐가는 오래 전 너는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

떠나온 곳과 도착해야 하는 곳은 하나의 路線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몇 개의 정류장이 있는가
그 많은 시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끼익 거리며 버스들이 오고 가는 동안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나무들의 불평등을 들으며
궁금한 것들에 억지로 답을 달아 준 적도 있었다

자꾸 전방을 뒤돌아보며
비에 젖고 있는 양버즘나무 뒤로
무성한 어떤 시간들의 푸른 그늘 속을
해마다 사람이 빠져 죽은 저수지라고 유추할 때 쯤

기사는 조급하게 마지막 커브를 틀었다
벨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문이 으르릉 열린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20 10:25:5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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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적인구로 봐서 저승은 몹시 벅적거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지 행사 마지막 방점을 크게 찍으셨네요.
도시인의 쓸쓸한 자화상 같기도 하고,
버스 안에서도 삶과 죽음을 사유하는 일이 시인들의 일일 것입니다.
종점에 이르다, 뭔가 깊은 생각이 드는 지점 같습니다.

그믐밤님의 댓글

profile_image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교롭게 졸시로 이미지 행사의 막편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습니다.
반가운 분의 댓글에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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