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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중지환(心中之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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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4회 작성일 25-03-1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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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중지환(心中之患)





불국동 사는 네째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가물가물 하고 기가 축 쳐진 말투라 늘 싹싹하고 명랑하던 아이가 웬일인가 해서 늙은 귀가 쫑긋해졌다. 童顔이라 언제 보아도 쉰 이쪽 저쪽 같은 같은 아이가 올 초에 가족들이 모여 예순의 환갑을 하고 법석을 떨더니 느닷없이 예순의 목소리로 오빠를 찾아왔다. 오빠! 가슴이 너무 아파! 왼쪽 가슴 속이 찢어지듯이 아프고 구토가 나! 속이 울렁거리기도 해서 식욕이 아예 싹 없어지네! 큰 병원에라도 가 볼까 해! 다급한 내용이었지만 말은 늘어질대로 늘어지고 있었다.


동네 의원에서 진료 소견서라도 받아야 울산에 있는 큰 병원에 갈 수가 있다하니 우선 동네에서 제법 법석대는 내과를 찾았다. 소위 초기 진료를 받고 진료의의 의견을 물어 그 소견서를 가지고 상급병원의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초기과정인 셈이었다. 하얀 안경이 이것 저것을 물어보더니 고개를 갸웃갸웃 하는 것이 아무래도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옆에 있던 내가 스트레스성 우울증 같은 것 아닐까요 하니 그..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하며 속이 아프다 하니 동생의 연한 가슴에 청진기를 이리저리 그어 보기도 했다. 나이 일흔을 넘으면 누구나 반 의사쯤은 너끈하다. 저질 체력이라 일평생 종합적으로다가 병원을 다녀서 그런지 의사들과 상담을 해보면 깨달은 스님들과의 선문답처럼 얘기가 척척 죽이 맞다. 어떤 의사들은 내 말을 신기한 듯 적기도 하는 것을 보았다. 의사의 소견서를 받은 동생은 예비고사 합격증을 받은 양 기분이 좋아진 듯 오빠! 요 근처 할매손 칼국수 집이 있는데 칼국수가 갑자기 먹고 싶네! 한다.


매제가 대구에서 공무원을 정년으로 그만두고 안사람의 친정이 있는 경주 불국동으로 여생을 보내려 내려왔다. 입장이 나와 비슷한 처지라 지금까지 새로운 타향살이에 적응하느라 마음 고생이 많았다. 체구야 멸치처럼 말라 비틀어져도 성격이 깔끔하고 매사가 철저해서 나는 늘 흡족해 마지 않았었는데 평생을 각자의 업에 충실하다가 이제 늘그막히 같이 있어 보니 생각지 못한 갈등들이 독버섯처럼 여기저기 돋아나기 시작했다. 매제는 모든 것을 종전처럼 해주기를 바라고 동생은 평생을 삼시세끼를 챙겨주며 남편의 하인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자신의 처지를 한순간에 깨달아 아! 이건 아닌데? 하고 반란 같은 반감이 또아리를 틀고 앉았다. 사사건건 부딪히며 불똥이 튀었고 서로의 고지를 사수하느라 밤낮없이 치열하게 싸웠다. 내려온지 2년여 만에 이혼서류를 들고 몇 번이나 법원을 들락거릴 정도로 지리한 싸움은 끝이 없었다. 그렇게도 싸우던 부부가 요즈음은 숙지막해져서 고요하다 했더니 의욕이 갑자기 없어지고 무력해지면서 길 가다 무시로 쓰러지기도 하니 동생은 갑자기 찿아온 몸의 이상 신호에 황당하기도 하면서 아직은 살아갈 날이 천리라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기가 쇠잔해서 그대로 누워 버렸다.


이건 엑스레이나 시티를 찍을 만한 병이 아니에요! 스트레스성 우울증 같은 건데 본인이 병을 만든 거예요! 스트레스가 몸의 약한 부분에 나타난 거지요...정 원하신다면 다 찍어 드릴 수는 있어요, 그런데 아무 필요 없는 검사는 의사의 양심상 그 건 못하지요! 엑스레이 정도면 몰라도,,, 제가 보기에는 엑스레이도 필요 없어요! 라고 전문의가 얘기 하더라고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러면서 병원을 나서니 세상이 새롭게 보이고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이 생각났다는 것이었다. 내가 진단한 것과 전문의의 진찰결과가 같았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고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그 마음과 감정을 참 제어하기가 힘든다. 다들 내려 놓고 이해하고 베풀고 참아가며 살고자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 마음 속에는 늘 나라는 아집과 쓸데없는 이기심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인생길 우리 모두 고통 속에서 헤매이지만 백년 살 것 처럼 욕심을 부리며 고통의 세월을 산다. 나도 이 병 저 병으로 무거운 몸이지만 이따금 동생을 찾아가 위로를 하고 그동안 살아오느라 참 고생 많이 했다고 격려해 주고 싶다. 그리고 남편을 원망하지 말고 나부터 변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서로에게 원인이 있겠지만 탁한 물도 가만히 두면 맑은 물이 보이듯이 너무 부딪히지 말고 좀 떨어져서 측은지심으로 살아보라고 부탁하고 싶다. 서로의 맑은 마음을 초심으로 돌아가 찾아보라고 하고 싶다. 心中之患이라고 하지 않던가. 마음의 병이 모든 병의 근원이니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 여생을 보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날이 포근해지고 봄햇살이 여동생의 얼굴처럼 뽀예지면 여동생이 하는 카페로 봄바람처럼 달려가 따듯한 카페라떼 한 잔을 마주하고 싶다. 어릴 적 하얀 얼굴의 보조개를 보고 싶다.



추천1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의 病이 곧 몸의 病이 된다지예~
출퇴근 하던 남편 집에 하루 왼종일 있는것
적응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예~
상대방입장이 되어 보면 싸울일이 없다고 하지예~
그것이 실천 되면 이미 仙人의 경지 겠지예~^^*ㅎ
스트레스 만병의 근원이니 자신을 위해서 라도
어서 편안해 졌어면 좋겠네예
위로 받을수 있는 입장이 부럽습니다~
봄날 행복하시길예~!!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근래에 의사들을 만나보면 스트레스로 오는 병들은
고칠 수 없는 병들도 많답니다
신종 불치병이라고 보아야 겟지요
너무 참고 사는 것도 좋치않다 하니 마음의 힐링을 스스로 가지는 것이 좋다합니다
동생의 낯빛이 좀 좋아져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늘 다정한 이야기들 감사합니다 정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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