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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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윤
손을 흔드는 건 쉽지, 아버지는 말이 없는 사람, 새들이 쉬었다 가기엔 좋지, 아버지는 주먹을 펴지 않는 사람, 어머니가 말했지, 너그 아부지는 일 밖에 모르는 사람, 일 하려고 태어난 사람, 구름이 지나가는 건 쉽지, 여긴 아늑한 목소리의 바다, 스스로 눈을 뜨고 스스로 어두워지는 말들, 사나운 바람이 춤을 추기엔 좋지, 아버지는 저만치 돌아앉은 사람, 부표처럼 떠도는 건 쉽지, 아버지는 가라앉지 못하는 사람, 밤을 기억하는 건 쉽지, 아버지는 통닭을 들고 오던 밤, 통닭처럼 웅크려 자던 밤, 물살을 일으키는 건 쉽지, 아버지는 단단한 사람, 무서운 바다 뜨는 법을 가르쳐 주던 사람, 저녁이 오는 건 쉽지, 아버지는 지금도 목이 마른 사람, 울음을 흔드는 건 쉽지, 아버지는 파도가 끝없이 깨우는 사람, 손을 흔드는 건 쉽지, 아버지는 오래 전 죽은 사람, 다시 손을 흔드는 건 쉽지, 아득히 먼 곳, 아버지는 기억 이전의 거기, 혼자 살아가는 사람.
-『문예바다』, 2019 겨울호
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사유의 연금술사라 이름합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먹고
아버지에 추억으로 행복을 소환하는
나는 변변한 사부시 한 편 없어 부끄럽군요
경자년도 무탈 건강하세요.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최시인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새해 되십시오~^^
박미숙님의 댓글

서피랑님 반가워요~
연금술사라는 댓글에 마저마저
마치 끌려가듯 읽어지는 아버지 아버지 아부지....
잘 감상했어요 감사~
더욱 행복한 한해를 기대합니다^^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올해는 서울 갑니다, 서울,
미숙님이 웃고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