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옆에 원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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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옆에 원룸
김부회
달빛조차 비집고 들어올 창窓 없는 방
싱크대 옆에 변기, 변기 옆에 책상, 책상 옆에 단두대, 아니 단족대
하루를 공친 옆방이 코를 곤다
돌아와야 할 사람과 다시 나가야 할 사람
간밤에 잘린 발목 어림이 도마뱀 꼬리처럼 다시 붙는 새벽
마흔 넘은 아이, 일흔 넘은 아이
전유專有는 그들만의 특권
천형을 짊어진 도비왈라*의 어깨는 바지랑대에 걸린 나일론 셔츠처럼 질기다
이 벌집의 네모반듯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그 속에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대물림된 가난이
배송된 날로부터
네모는 키 낮은 책상, 다리조차 못 펼 밥상, 무릎까지만 허용하는
부재의 기도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수만 번을 낙방한 그가 소리 없이 울었다
어머니가 들으면 안 되는 울음
기린 새끼의 접힌 다리를 다신 못 펴는 소릴 조련사가 보면 안 된다
조련사가 침대를 무자비하게 내다 버린 날
하얀 천으로 덮인 옆방을 본 트라우마가 있다
간밤, 그가 내민 정답지에는 꾹꾹 눌러쓴 흔적이 또렷한 공백만 꽉 차 있다
‘하필, 재수 업게스리!’
골목에 네모난 전단이 붙었다
‘투숙객 구함, 화장실, 싱크대, 책상, 침대 완벽 구비 초 저렴’
나일론 민소매를 걸친 전사戰士가 냉큼 떼어갔다
수인번호를
어깨 위에 코끼리 하나쯤은 매달고 사는 나와 너와,
* 인도의 천민 계급 중 하나, 빨래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
** 도둑이 잡아 온 사람의 다리를 철 침대에 맞춰 잘라냈다고 하는 그리스 신화
(계간 생명과 문학 2023 겨울 호 )
댓글목록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살이 빠져 사람이 달리 보입니다.
보기 좋다 해야 할지, 건강을 걱정해야 할지.
건강을 나름 잘 지키리라 믿고 핸섬해 보인다에 동그라미 칩니다.
언제 봐요.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네..형님..^^ 거듭 백교문학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열정이 참으로 귀감입니다
감사합니다.
장승규님의 댓글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핸섬...하고는 거리가 먼...보정 작업의 결과일 뿐 입니다.^^
좋은 작품 매번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구요...10월에 뵙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