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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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아가씨
이명윤
엄마를 여자라고 느낀
최초의 기억은
동백 아가씨를 부를 때였다
서울의 어느 봄밤이었고
링거를 빼야 하는데
아무리 불러도 엄마가 없었다
암 병동 앞 공원 벤치에서
한 올 한 올 실밥을 꿰듯 느리게
노래하는 엄마를 보며
나는 그때 처음으로 엄마를
잃어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겨우내 피는 동백이
엄마인 줄 몰랐던
철없던 스물일곱의 나는
귀밑까지 푹 덮은 털모자를 쓴 채
엄마가 아버지 따라
멀리멀리 갈 것만 같아
달빛 뒤에서 몰래 울었다
ㅡ계간 《시와 사람》 2023년 겨울호, 신작초대석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지금도 그 동백아가씨는
피고 있겠습니다
느리게 느리게
남제는
23살 때였습니다.
길섶에 으악새가 만장같이 날리는 날이었지요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동백 아가씨가 이토록 슬픈 노래였군요?
아려지는 아침입니다
동백도, 억새도 여전히 피는데 있어야 할 사람은 없습니다.
세월 무상입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아무쪼록 강건하십시요
허영숙님의 댓글

눈발을 쓰고 있는 동백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저도 동백에 관한 시를 많이 썼는데
왜 그렇게 애처로운지 모르겠습니다
겨울 아침
좋은 시 읽으며 마음의 온기를 담습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멋진 동인님들
언젠가 동백보러 통영에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