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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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목
/장승규
누군가 살다간 자리는 얼마가 지나야 비어지나
그 빈 자리에
다시 누군가를 심을 수는 있을까
앞뜰에
옮겨 심은 지 35년째, 나무고사리 한 그루
어느 해부터 머리숱이 자주 많이 빠지더니
올해는 아예 새 순이 나지 않는다
그 옆에는 아무도 없다
친구도
자식도
철없이 늘 푸른 소철 한 그루와
밤에만 눈 뜨는 당달 외등뿐
내가 옮겨 심었으니
나만 바라보며 살았나 보다
그 긴 세월을
네가 가더라도, 나는
앞뜰에서
네 그림자 한 뼘 베어내지 못할 것 같다
(남아공 서재에서 2024.01.18)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남아공엔 나무고사리가 진짜 나무이다.
높이는 2미터에서 5미터까지
둘레는 30센티에서 80센티 정도까지 자란다
몇 년을 살다가는 지는
알지 못하고
김용두님의 댓글

나무의 생이 참 쓸쓸하고 서럽군요.
문뜩 이 추운 겨울에 난방도 안되는 곳에서
궁핍하게 살아가는 독거 노인분들이 떠오르네요.
그들도 심겨진 나무처럼.....
잘 감상했습니다. ^^
장승규님의 댓글

김용두 시인님
나무도 우리도
생이 다들 그렇지 싶어요
감사합니다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마지막 행이 기가막힘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