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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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애
/장 승규
늙은 벚나무 밑동이
한두 점이라도 꽃을 피우는 날이면
나는 민망해 했다
늙은 벚나무 밑동이
우듬지 두고 새 가지라도 치는 날이면
나는 자르곤 했다
우연을 몇 번이나 지나야 인연이려나
오늘도 스치는 우연이려나
온종일 내 마음 밑동이 근질거린다
자정에 들자, 내 안으로 들이치는 저 빗소리
얼른 창문을 미닫는다
닫아도, 밑동으로 새어 드는 이 소리
나는 지금 자르는 중이다
(남아공 서재에서 2023. 2. 27)
추천1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가끔은
오해이어도 좋을 때가 있다.
최정신님의 댓글

밑동에 꽃 피우는 일도
자연이 하는 일,
고국을 향해 마음 피움도
사람 일,
좋습니다^^
김용두님의 댓글

시는 객관적 상관물을 찾아내는 것이 관권이다.^^
오해를 멋지게 풀어 쓰셨습니다.
읽고나니 여운이 오래 남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장승규님의 댓글

최시인님
감사합니다.
김용두 시인님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말씀하셨네요.
나는
"세상에서 나를 닮은 것"을 발견하면 연민을 느낍니다.
내 시는 그 연민을 풀어쓴 것이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