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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원
다리가 부러진 의자가 왔다
어머니는 뇌에 이상이 생겨
다리를 절었다
부러지진 않았지만 더 이상
온전해 보이진 않았다
부러진 의자 다리엔 본드 자국이 남았다
하얗던 목공용 본드는
속살을 드러낸 나무 위에서 제 색깔을
잃어가고 있었다
뇌에 이상이 생긴 어머니 머리에
구멍이 생겼다
어머니 또한 제 모습을 잊어가고 있었다
의자는 나무의 나이를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도 어머니의 나이를 가지고 있었다
둘에게 놓인 시간은 겹겹이 쌓아 놓고도
막상 필요한 순간 고쳐 쓸 수 없는 불치병 같아서
원하는 모양대로 다듬을 수 없었다
문득 버려진 것들이 모여서 나누는 대화를
상상해 본다
의자와 어머니가 나누는 이야기들을 떠올려 본다
첫 대화의 말은 아마도 한 때는 나도...
한 때는 나도 한 때는 나도 한 때는 나도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조명도 냄새도 눅눅한 곳
사방을 둘러보면 어느 집에나 있는 곳
그곳으로 부러진 다리를 끌고 의자가 왔다
지팡이와 함께 어머니도 왔다 갔다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헉헉 천신만고 끝 시마을 동인방 글쓰기가 됩니다
들어와 서시인님의 시를 접하네요
부러진 의자와 어머니
세월이 지나면 삐꺽 이는 관절 저 역시
몸이 무거운 관계로 뒤뚱거리고 있습니다.
시 잘 읽었습니다.
만나도 또 만나 고픈 우리 서시인님
문운이 활짝 열리시길....
제어창님의 댓글

천신만고 끝에 다시 동인방 글쓰기가 된다니 다행이네요
누구보다도 동인활동에 애정이 많은 분인데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시는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몸 관리라도 마음 먹고 제대로 해 보고 싶은데
늘상 이것도 작심삼일이네요
서로가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보며 살자구요~~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나도 한 때는,
참 서글픈 말이지요
아리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한,
매일매일 저리 되지 말아야지 되뇌이며 삽니다만
어찌 그게 제 의지대로 되겠는지요?
그저 열심히 숨 쉬는 방법 밖에는......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지난 주엔 마곡사에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며
탑돌이를 하는 여인을 봤습니다
우리의 의지대로 되지 못하는 일들은 부처님 뜻에 혹은 하나님 뜻에
기대어 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향호 형님은 식단관리도 하시고 몸 관리도 잘 하시니 식욕을
다스리지 못하는 전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정윤호님의 댓글

엘레지로 읽혀집니다.
나도 한 때는 ...
이제는 이런 말 하기조차 쉽지 얺은
그런 허전 함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최근 염색을 하지 않은 채 사진에 찍힌 제 모습을 보고
너무 늙어 보임에 스스로가 놀랐습니다
오래된 벗들과 만나 어울리면 아직도 마음만은 십 대의 마음인데
몸은 얼굴은 그렇지 않다는 것..
앞으로도 허전한 날들이 자주 찾아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