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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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희
성체를 모시기 위해 줄 서서
사제 앞으로 다가서는데
옆줄 노부부
구부정한 할아버지 뒤에
더 굽은 할머니가,
뒤로 뻗은 할아버지의 앙상한 손을 꼭 잡고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그 어떤 힘에도 놓치지 않을 것 같은
바람만 불어도 끊어져 버릴 것 같은
해로(偕老).
그 내력이야 꾹 다문 입속에서
녹아가는 밀떡 아니겠는가.
성체 모시듯
서로의 이름 속에서
세 들어 산 옛말 아니겠는가.
성영희
2017 경인일보,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섬, 생을 물질하다』 『귀로 산다』 『물의 끝에 매달린 시간』
메일: dudgml1069@hanmail.net
<2024 학산문학 겨울호>
성영희
성체를 모시기 위해 줄 서서
사제 앞으로 다가서는데
옆줄 노부부
구부정한 할아버지 뒤에
더 굽은 할머니가,
뒤로 뻗은 할아버지의 앙상한 손을 꼭 잡고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그 어떤 힘에도 놓치지 않을 것 같은
바람만 불어도 끊어져 버릴 것 같은
해로(偕老).
그 내력이야 꾹 다문 입속에서
녹아가는 밀떡 아니겠는가.
성체 모시듯
서로의 이름 속에서
세 들어 산 옛말 아니겠는가.
성영희
2017 경인일보,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섬, 생을 물질하다』 『귀로 산다』 『물의 끝에 매달린 시간』
메일: dudgml1069@hanmail.net
<2024 학산문학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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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무의(無疑)님의 댓글

동행이라는 말 참 좋지요
곧 끊어질 것 같지만
그 연약함을 잇는 어떤 끈 같은 거...
‘서로의 이름 속에서 세 들어 산’ 세월이
서로를 모시는 경건함이겠지요
장승규님의 댓글

그 내력이야 꾹 다문 입속에서
녹아가는 밀떡 아니겠는가
맞네요.
해로가 그냥 해로겠습니까?
꾹 다문 입속에서 녹아가는 밀떡 같은 사연도
더러는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