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저수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종점 저수지 / 정두섭
1. 빙어
된바람 얼어붙어 물비늘 한 점 없다
부리가 젖지 않아 들러가는 새도 없다
일 없어 얼음을 뚫고 수심이나 재고 있다
2. 기러기
꽃샘추위 떼를 지어 북쪽으로 날아간다
알록달록 꽃소식 그 줄에 합류한다
방죽엔 오갈 데 없어 세월 앓는 의자만
3. 민물조개
출렁이던 뙤약볕을 가뭄이 죄 삼켰다
조개도 산다는 걸 껍질이 보여준다
마르고 터진 바닥에 울화병이 수두룩
4. 잠자리
하늬바람 서성이는 단풍을 지나다가
물에 빠진 잠자리 소금쟁이 입었다
모른다 잠자리 행방, 저수지의 일이므로
.
추천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마르고 터진 바닥에 울화병이 수두룩
세상
작금이 그러하네요.
저수지 전체가 마르고 터지고
임기정님의 댓글

정말 모르겠네요 저수지가 행한 일 이므로
시 잘 읽었습니다
올 한해 문운이 활짝 꽃 피우시길
무의(無疑)님의 댓글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입니다.
수상하지 않은 시절이 없었으나
빈 의자에
햇볕도 앉았다 가고
바람도 들렀다 가고....
오는 이 종점이지만 가는 이 시점인 곳이 있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