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문을 열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일의 문을 열며 / 이시향]
쇠 문을 밀고 들어서면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무거운 쇳덩이들이 숨을 쉰다
많으면 괴롭고
없으면 더 괴로운
그 이름—일
손에는 여전히 묵직한 무게
등에는 식지 않는 땀방울이 흐른다
뜨겁게 타올라 사라질까
벼려진 쇠처럼 단단해질까
하루를 견디는 끈이자
내일을 부르는 문턱을 넘는다
길게 울리는 기계음 속에서
나는 나를 두드리며
세상은 나를 깎아내고
빛 한 줄기 새어 나오는 문틈
그 너머에도 삶이 있다
그래서 다시 일의 문을 연다
추천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나는 나를 두드리며
세상은 나를 깎아내고
나는
이곳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일이 많으면 괴롭고
일이 없으면 눈치 보며
일 찾아 다니기에 더 괴로운
공감갑니다
요즘 공장마다 일 없어 더 괴롭다 합니다
귀한 시 잘 읽었습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나를 두드리는
일,
나를 깎아내는
일,
일의 문을 여는
삶,
징징거리지 않고 묵묵한
긍정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