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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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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89회 작성일 25-03-06 10:06

본문

한 끼

 

이명윤

 

 

 

인구부 전투* 중 사망한 순천사범학교 여학생

정기덕의 장례식에 모인 군중들이

뚝뚝 눈물을 흘린 것은

죽음은 아깝지도 슬프지도 않으나

따뜻한 밥 한 끼 못해 먹인 것이

못내 미안하고 애처롭다는

노모의 고별사 때문이었다

해방이 되었지만 고을 산천마다

지지리 먹을 것이 궁한 나라

아이들은 산에서 나무껍질 뜯고

아낙들은 술 찌꺼기라도 얻어 보려

도갓집 찾아 긴 줄 섰다 한다

밥숟가락 하나 줄이자고 동네 친구들과

어우렁더우렁 자원입대한 것도 군에 가면

밥은 굶지 않는다는 소문 탓이었다

세 차례 태풍에 장마까지 겹친 그해 가을,

여수 인민대회장에 낙엽처럼 모인 이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한 것은

사상도 이념도 아닌 밥 한 끼였다

밥 먹여주겠다는 쪽이 우리 편이요

세상의 정의였다

부역의 굴레 쓰고 평생 빨갱이

집안 낙인으로 살았던 까닭이

마을을 지나는 군인에게 건네준

주먹밥 한 덩이였다

차를 타고 전라도 어디쯤 돌다

잔치상 같은 밥상을 만나면

입이 떡 벌어진다

산의 것 들의 것 바다의 것

숨이 붙어 있는 모든 것들의

집회 같다 축제 같다

한 끼 제대로 드셔 보시라 한다

그가 체포와 구금 대상이었다

한 끼가 반란의 주동자였다

 

* 인구부 전투 : 여순사건 당시 진압군과 반군 간에 벌어진 최대 격전 중 하나

 

 

-계간 시와징후2025년 봄호

추천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밥 먹여주겠다는 쪽이 우리 편이요

세상의 정의였다


그때만 그랬겠습니까?
지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니,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먹고사는 문제가 정의였던 시절,
숟가락은 입으로 들어가고

정의라고 믿는 것이 정의인 시절,
입 밖으로 나온 게 숟가락인 줄 알았는데 마이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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